환자가 앓고있는 병의 증세를 정확히 검사하지 않고 인체에 치명적인 부신피질호르몬(일명 스테로이드)을 1,700여명에 과다 투약했던 한 개원의(醫)의 치료법이 엉터리라는 사실이 의료사고 소송과정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특히 이 의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만성피로증후군 치료를 소개하고 병원으로 찾아온 환자들에게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면역요법을 중심으로 치료하는데 완치율이 90%”라며 허위·과장 설명을 한 뒤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부신피질호르몬 투여요법은 현재 의대 교재에서 정식 만성피로증후군 치료법으로 채택돼 있지 않고, 의료보험수가가 아닌 일반수가가 적용되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공해 등으로 인체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immune dysfunction)으로, 1983년 이후 알려진 일종의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김선중·金善中부장판사)는 6일 “병원측이 인체에 유해한 부신피질호르몬을 과다 투여해 부작용을 얻었다”며 이모(19)군 가족이 의사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만성피로를 호소하던 이군에 대해 일반 혈액검사만 한 뒤 부작용에 대한 설명없이 1997년 12월부터 98년 7월까지 인체에 치명적인 부신피질호르몬을 1주일 간격으로 과다 투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후 전신쇠약, 시력장애, 과잉수면병 등의 부작용 증세가 나타난 원고의 종합병원 검진결과, 부신피질호르몬 과다투여로 생기는 의인성(醫因性, 의사의 진료활동에 의해 생기는 것) 쿠싱증후군(부신피질호르몬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판명된 만큼 피고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박씨 병원에서 이같은 부신피질호르몬 과다 투여요법 치료를 받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1,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이군 외에도 피해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군은 고교생이던 97년 12월3일 습진 피로감 건만증 등을 호소하며 박씨 병원을 찾았다가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고 98년 7월6일까지 7개월간 1주일 간격으로 정상치보다 많은 15~30㎎의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약받다 상태가 악화하자 소송을 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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