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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백병동 관현악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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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백병동 관현악 작품전

입력
200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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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연주자 '호흡일치' 환상의 무대유ㆍ무형의 문화적 유산의 보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와 후손이 향유할 새로운 문화유산의 창출'이다.

반세기 가까이 외길을 걸어온 작곡가 백병동(白秉東, 서울대 교수)의 관현악 작품전(9월5일 호암아트홀)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짐을 다소나마 가볍게 한 음악회였다.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회고한다는 개인적 의미' 와 `관현악을 위한 대작만으로 꾸민 국내 최초의 예술가의 초상 콘서트였다는 외형적 의미' 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날 연주된 네 작품이 청중과 연주자 모두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받았고 더 나아가 학술행사류의 작품발표회장이 아닌 통상적 콘서트의 레퍼토리로서 손색없음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일출ㆍ파도ㆍ어부들ㆍ출항ㆍ뱃고동ㆍ폭풍우ㆍ광란ㆍ고요ㆍ일몰ㆍ적막' 등 바다의 다양한 영상을 섬세한 관현악 서법으로 그려낸 신작 `해조음(海潮音, 2000)' 과 '관현악을 위한 2장(1996)' 두 곡은 각기 인상주의 어법과 후기낭만 어법이 가미된 작품으로서 실험성을 기대했던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학문적 탐구대상이 될 작품보다는 주정적 감상의 대상이 될 작품을 추구해 온 그의 작품에 있어 어법은 단지 방법론에 불과하다.

방법론에 얽매이지 않은 두 작품이 전해주는 감동은 앞서의 당혹스러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문익주(서울대학교 교수)가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1974)은 지금까지 수 차례 연주된 바 있지만 이날의 연주만큼 시정과 다이내미즘이 선명히 드러난 연주는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초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소프라노 김인혜(서울대학교 교수)가 노래한 '꽃에 관한 네 개의 가곡' 은 피아노 반주로 스케치하여 초연(1996)했던 것을 관현악으로 완성(2000)한 작품이다.

`시어(詩語)의 뉘앙스와 음조(Intonation)에 충실한 성악 성부' 와 `시의 정취를 그려내는 간결하고도 색채적인 관현악' 이 이 네 편의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처럼 `매혹'(김영태)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백병동 관현악 작품전을 통해 우리와 우리 후손이 공유할 소중한 작품들을 만났다. 작곡가 백병동은 혼신의 힘을 다한 진솔한 작품들을 내어놓았고 두 명의 협연자(문익주, 김인혜)와 임헌정(서울대학교 교수)이 지휘한 부천시립교향악단은 이에 생기를 불어넣는 최선의 연주를 준비했으며 청중들은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몇 번씩의 커튼콜로 갈채를 보냈다.

최선을 다한 작곡자와 연주자,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진 성숙한 청중이야말로 좋은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음악회였다.

전상직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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