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은 가라. 반짝이는 것만이 장신구는 아니다.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은? 철사, 바닷가에서 건진 조개껍질, 발에 채이는 나무조가리나 돌덩어리들이 '장신구 작가'의 창의력으로 부활한다.'패물로서의 보석'이 아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선호하는 개성파들에게 선호되는 액세서리다. 장신구를 재산의 일부나 계층의 표시물로 여기는 고정관념으로 보면 그야말로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올 여름 서울 목동 백화점 행복한 세상에 철사 헤어밴드를 내놓았던 윤지영씨는 "금속 밴드는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손이 달려 주문에 대지 못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김지하씨 역시 아주 가느다란 철사를 일일이 손으로 말아 브로치를 만든다. 2~3년 전쯤 이런 소재가 액세서리로 대우받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이라면 파스텔톤 니트에 철사-비드 핀 하나로 여성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
회화를 전공한 한희숙씨는 깨지고 닳은 음료수 병조각, 나무조각 등을 직접 수집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무심코 지나칠만한 소재로 장신구를 만들어 지니면 들여다 볼수록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정서적 공감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김정현씨 역시 오래된 느낌이 나도록 착색한 은이나 자개, 나무 등을 써서 분위기 나는, 사연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밖에 아크릴(이숙미), 스프링(김준하) 등 쓰지 못하는 소재가 없을 정도다.
조금 튀는 장신구를 효과적으로 연출하려면 옷차림은 단순한 편이 낫다. 깔끔한 정장에 전형에서 벗어난 색다른 소재의 장신구를 매치하면 개성을 도발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장신구의 영역을 개척하는 이들은 주로 공예과 출신 20대 중반~30초반의 젊은 작가들,. 이들의 작품은 주로 공예전문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 신사동의 핸드 앤 마인드, 인사동의 가나 아트 숍이 전문 갤러리이며 최근 역시 신사동에 장신구 전문 갤러리 더 링도 개관했다.
그러나 유통이 활발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만큼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브랜드'를 따지는 습관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핸드 앤 마인드 큐레이터 전명옥씨는 "보석을 탈피한 장신구는 나이를 불문하고 남과 같은 차림을 싫어하는 이들,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는 이들, 그때 그때 유행에 오히려 덜 민감한 이들에게 호응이 높다"며 "브랜드나 유행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습관이 수그러들수록 더욱 많은 공예작가의 작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