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우상으로 한때 “결혼은 관계를 파괴하는 제도”라며 이를 성토해 온 미국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사진)이 66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면사포를 썼다.페미니스트잡지 ‘미즈(Ms)’ 공동 창간자인 스타이넘은 지난 3일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남아공 출신의 기업가 데이비드 베일(61)과 결혼했다.
영화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아버지이며 반(反) 아파르트헤이드 운동가 출신인 데이비드 베일은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정치행동단체 ‘유권자 선택’ 자선모임에서 스타이넘을 만났으며 이번이 3번째 결혼이다.
스타이넘은 자신의 결혼에 대해 성명에서 “수년간 평등한 결혼을 이루기 위해 애써왔지만 내 자신이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지금 놀랍고 행복하며, 어느날엔가 이에 대해 글을 쓸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의 결혼이 페미니스트들이 줄곧 강조해온 ‘페미니즘은 우리의 삶의 각 순간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주장을 증명해 주길 바란다”며 자신의 선택에 있어 정당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스타이넘은 자신이 결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혀왔다. 그는 1987년 “나는 결혼이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법적 차원에서 결혼은 한 사람과 반쪽짜리 사람을 위한 것으로 결혼 후 여성은 반쪽짜리 비인간으로 전락한다”고 결혼 반대론을 주장했었다.
가족과 친지들만이 참석한 채 일출시간에 맞춰 열린 조촐한 결혼식에선 ‘남편과 아내’라는 말 대신 ‘파트너’란 표현이 사용됐으며 스타이넘은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과 미즈(Ms)란 호칭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