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바캉스에서 돌아온 파리지앵들이 다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 중부 론알프스 지방의 리용에서 8일 개막하는 댄스 비엔날레를 보려는 것이다.1984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리용 댄스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무용축제의 하나다.
매번 전세계 무용가 뿐 아니라 10만명 안팎의 관객이 몰려든다. 9회째인 올해는 `실크로드'를 주제로 아시아권 춤이 집중 소개될 예정이어서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30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잔치의 초반 공연들은 이미 거의 매진됐다.
이번 행사는 특히 한국에서 사물놀이 한울림, 창무회, 홍승엽의 댄스시어터 온이 초청됐다.
리용 댄스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기 다르메가 지난해말 한국에 와서 수많은 단체와 무용가를 만나고 공연을 본 뒤 세 단체를 선정했다.
몇천만원씩 제대로 개런티를 받고 간다. 한국 무용이 크고 권위있는 국제 페스티벌에 이처럼 대접받으며 참가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주로 자기주머니를 털어서 홍보차 나갔거나 작은 행사에 참가했을 뿐이다.
98년 프랑스 아비뇽 축제에서 한국의 전통춤과 현대무용, 연극이 `한국의 밤' 을 갖긴 했으나 토막토막 모아서 보여주는 `종합선물세트' 식 공연이었지, 이번처럼 작품을 제대로 공연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덕수가 이끄는 사물놀이 한울림은 리용의 춤 전용극장인 메종 드 라 당스에서의 8일 개막 공연을 비롯해 4회 공연한다.
댄스 시어터 온은 `달 보고 짖는 개' 와 `데 자 뷔' 두 작품으로 10, 12일 크루아루스 극장에서, 창무회는 `활'(闊) `신명' `하늘의 눈' 세 작품으로 토보강극장에서 27~29일 세 처례 공연한다.
옛날 동서양 교역의 통로이자 아시아와 유럽 간 문화 교류의 길이 됐던 실크로드를 따라, 이 비단길이 지나가는 주요 도시의 34개 무용단 800여명의 예술가가 이번 행사에 초청됐다.
아시아의 한국 중국 인도 대만 태국 몽골과 유럽의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예술가들이 여기서 만나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각자의 작품을 선보이고, 새 천년 새 비단길을 연다.
그중 주목 받는 것은 소설가 출신의 안무가 린화민이 이끄는 대만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 과 일본의 현대무용가 데시가와 사부로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3대 무용 전문지에 속하는 독일의 `탄츠' 는 21세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안무가로 아시아에서 이 두 사람을 꼽고 있다.
특히 린화민-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의 공연은 이번 리용 댄스 비엔날레의 가장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방랑자의 노래' `달빛 강' 두 작품으로 21~30일 총 9회 공연한다. 3주간의 축제에서 한 단체가 9회나 공연하는 데서 린화민의 비중을 실감할 수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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