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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대 관전평 / "주눅안든 플레이 감탄...약점보완땐 4강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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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대 관전평 / "주눅안든 플레이 감탄...약점보완땐 4강도 가능"

입력
200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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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무대에 섰더라면 형택이 만큼 차분하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만큼 형택이는 세계최강 샘프러스와 맞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이날도 그라운드스트로크는 수준급이었다. 다만 스트로크의 위력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강한 서브와 발리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운 한판이었다. 1세트 게임스코어 4_3으로 앞섰을 때 샘프러스를 이기는 큰 일을 내는 줄 알고 몹시 떨렸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발리와 서브로 형택이를 압박하는 샘프러스가 더 강했다. 이후 샘프러스는 쉽게 따고 형택이는 어렵게 게임을 따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불안했다.

춘천 봉의고 3학년때 형택이를 붙잡기 위해 19번이나 춘천에 내려갔다. 고등학교 때부터 형택이의 파워와 탄력을 보고 너무 놀랐다. 뛰어난 조건에다 형택이는 우직할 정도로 훈련에 매달려 실력이 나날이 향상됐고 승부욕도 강했다.

그때부터 충분히 국제적인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있으면서 대학교 1학년에 다녀 당시만 해도 좀 서툴렀던 형택이를 대표선수로 뽑았을 때 주위에서 곱지 않게 바라보기도 했다. 따가운 눈총을 견뎌낸 것도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오늘의 이형택'은 없었다고 느끼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 형택이가 걸음마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계 정상급 랭커가 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되는 부분은 첫 서브 성공률을 높이고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 발리도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스트로크는 주무기로 활용하되 제2, 제3의 공격도 펼 수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바로 뛸 수 있는 형택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형택이가 메이저대회 4강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하다.

마지막으로 마라톤의 황영조, 골프의 박세리처럼 테니스도 이제 붐을 탈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은 '항상 세계무대는 열려있다'는 생각으로 '나는 이형택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테니스의 미래는 이제부터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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