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대논쟁(大論爭)’이 벌어지고 있다.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추석 이후 증시에 큰 장이 올 것인가’를 둘러싸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대박에 가까운 추세적 반등이 있을 것”이라는 ‘대박파’와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비관파’로 양분,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다.
● 대박파의 주장
‘대박파’의 논리적 근거는 역설적으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에서 출발한다. 굿모닝증권 투자분석부 홍성태 부장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매도로 주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추석 이후 9월말까지 어려운 시기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금융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을 감안하면 장이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부장은 “정부가 7조원의 채권형 펀드를 조성하고, 투신사 구조조정으로 은행권으로 쏠렸던 자금이 유입되면 수급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원도 “추석 이후에는 7,000억원에 달하는 선물 매수 차익 잔고가 해소되고, 금리가 안정권에 진입하고, 금융 구조조정이 방향을 잡게 돼 자연스레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5조원으로 예상되는 추석 자금 중 일부가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 외환위기 이후 주가 급등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진 ‘음양오행(陰陽五行) 분석’에서 추석이후 대박장이 점쳐졌다는 다양하고 기발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 비관파의 주장
‘비관론’을 펴는 사람들은 대박파의 주장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억지’라고 일축한다.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지수 추이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대세 하락 국면”이라며 “추석 이후 ‘큰 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고 말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도 “대세 상승을 논하려면 거래소는 최소 720선, 코스닥은 115선을 회복한 뒤에도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이사는 “주가가 바닥이라고 하지만 ‘지하 1층’ 밑에는 ‘지하 2층’, ‘지하 3층’이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김이사는 “한전을 빼면 대부분의 대형주들이 추세하락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증권회사도 장사를 해야 하는 회사이고 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장 전망을 좋게하는 관행이 있다”며 “추석이후 대박설도 그와 비슷한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비관파로 기우는 시장분위기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서 5일 시장 분위기는 ‘비관파’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당초 1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추석이후 뭔가 있다”는 분위기였으나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대량 매도와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종목장세’, ‘리스크 관리’등을 내세우며 한 발 빼는 모습이다.
현대증권 정문찬 파이낸셜 컨설턴트는 “추석 이후 반등장세가 이뤄지더라도 기관들은 ‘매도의 기회’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가는 형국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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