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다닐 시절의 대학 축제들은 참 별 볼일 없었던 것 같다. 당시 막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탈춤 공연을 빼고는 이념은 커녕 볼거리도 별로 없는 공허한 축제였다.장터라는 미명아래 먹거리가 지나치게 판을 치는 듯한 느낌을 제외하곤 요즘 대학생들의 축제에는 뭔가 주제가 있는 것 같아 좋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월경 페스티벌’은 특별히 대학생다운 당당하고도 아름다운 행사라고 생각한다. ‘월’마다 하는 ‘경’사스런 일을 부끄러워 할 일이 정녕 무엇이랴.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가 다르다는 것은 구태여 말할 나위가 없지만 기본적인 설계 면으로도 다른 점들이 많다.
남성의 생식기는 배뇨관을 일부 함께 사용한다. 따라서 배설기관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병원균을 씻어내는 방어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요도와 질이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병원균들은 남성의 정액에 숨어 질은 물론 자궁 깊숙한 곳까지 침입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한 달에 한번씩 고통스럽게 겪어야하는 월경은 병원균을 씻어내는 방어작용일 수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손실을 수반하는 월경이 괄목할만한 이득이 없다는 것은 진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불합리하다는 관점에서 월경이 자궁의 감염을 방지하는 작용으로 진화했다는 이론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월경혈은 순환혈에 비해서 영양분의 상실은 최소화되어 있는 반면 병원균들을 파괴시키는 능력은 월등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정한 교미기간에만 성행위를 하는 다른 포유동물들의 월경 배출물에 비해 인간의 배출물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의미 있는 결과다.
월경은 이처럼 당당하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현대여성들의 잦은 달거리가 건강에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수렵채취 생활을 하는 아프리카나 남미의 원주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석기시대 소녀들은 최소한 15세 후에야 초경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경은 늦더라도 첫 임신은 대부분의 현대 여성들에 비해 훨씬 빨랐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후 이삼년간은 젖을 먹이게 되고 따라서 월경 주기도 멈춘다. 폐경이 되는 47세 정도까지 석기시대 여인들은 줄잡아 너댓 번의 임신을 했을 것이고 그 기간의 절반 동안 젖을 먹인다고 가정하면 그들이 평생 겪은 달거리는 아마도 150회를 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 여성들은 어떤가? 고단위 음식의 섭취로 초경 연령은 날로 낮아지고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폐경 시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만큼 달거리 횟수만 늘어난 셈이다. 첫 임신을 하는 연령이 늦어지고 아이도 적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여인들도 있다.
아이에게 젖을 빨리지 않는 여인들은 곧바로 월경 주기에 접어든다. 농경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곡류를 갈아 이유식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여인들의 수유기간 역시 현저하게 짧아졌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인하여 현대 여성들은 일생 동안 평균 300~400회의 달거리를 경험한다. 석기시대 여인들에 비해 무려 두세 배에 달한다. 늘어난 달거리 수가 여성암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어 은근히 걱정이다.
/최재천 서울대교수 생명과학부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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