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작성한 ‘한국의 재정투명성 규약 점검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조세·예산제도가 아직도 선진국 수준의 투명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기업 등 민간부문에 대해 끊임없이 회계제도와 자산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정부의 회계, 즉 국민재산에 대한 운용·처리는 아직도 폐쇄적이고 임의적이란 사실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재정제도에 대한 평가 26개 항목과 권고사항 6개 항목등 총 3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금제도의 문제점
‘각 부처의 호주머니’로 불리는 기금은 실질적 국민부담으로 조성돼 명백한 ‘재정활동’임에도 불구, 국회승인을 받지 않는다.
국회통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국민의 재산사용을 국민들로부터 감시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IMF는 수많은 기금을 통폐합 또는 예산의 틀안으로 편입시켜야 하며 나아가 예산의 ‘칸막이화(化)’를 초래하는 특별회계도 정비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의 현재 적자는 얼마이고, 또 앞으론 얼마나 적자가 날 가능성이 있는지, 또 보증채무의 실제 채무화 가능성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계량화가 이뤄져야하며 이같은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IMF는 지적했다.
금융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도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로부터 64조원의 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오는등 별도 채널로 사실상 국회동의없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한 정부조직
재경부는 국고관리와 거시경제의 틀을 짜는 업무를, 기획예산처는 예산의 지출과 민영화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두 부처간 재정정책의 경계가 모호해 예산 및 기금활동의 관리가 꼬이고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여기에 각 기금은 개별부처가 담당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갈 수록 약화하는 등 복잡한 부처간 업무영역의 중복·모호함으로 인해 효율적 재정정책 수립이 갈 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세제도의 정비
세금의 수가 너무 많고, 조세감면도 너무 많아 조세제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세제의 단순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재정의 칸막이화를 부추기는 농특세, 전화세, 교육세 등 목적세는 폐지되어야 한다.
납세서비스의 질도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납세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전화나 인터넷등 새로운 통신수단을 통한 납세정부제공 및 조세납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무조사나 세금부과에 ‘자의성’은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앙은행 독립성
한국은행의 법적 독립성은 보장됐지만 재경부는 언론 등을 통해 여전히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경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상충될 소지가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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