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21세기 기업은 아이디어형 기업이다. 20세기 ‘대량생산 경제’에서 21세기 ‘창의력의 경제’로의 전환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순발력있는 적응력에 성패가 달려있다.다윈의 진화론이 21세기 기업철학으로 각광받는 이유이다. 아이디어의 결과물은 데이타, 소프트웨어, 뉴스, 엔터테인먼트, 광고와 같은 가상공간의 추상적 ‘재화’들이다.
이미 미 경제는 자본의 소비형태로 볼 때 창의력의 경제에 진입해 있다. 1960년 전체의 10% 수준이었던 정보통신분야의 자본규모는 지난해 35%로 3.5배 늘었다.
생명공학의 폭발적 진보에 힘입어 특허권도 지난해 17만건으로 10년전보다 70% 급증했다. 미 노동부는 공업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2005년에는 1850년 이래 가장 낮은, 전체의 20%에도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햄버거’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은 마이크로 소프트(MS)와 맥도널드의 지난해 자본규모에서 대세로 판가름났다. 3만 1,000명의 MS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 반면 MS의 10배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맥도널드는 회사가치에서는 MS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장부 가치의 40배에 주식이 거래되는 야후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유에스 스틸(US STEEL) 그룹의 시가총액은 900억 달러가 넘어야 하지만 실제는 20억 달러가 채 되지 못한다.
아이디어의 경제는 기업의 주인공이 돈을 쥔 대주주에서 창의적 두뇌를 가진 고급인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수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이 챙겼던 20세기 패러다임은 통용되지 않는 낡은 관행이다. 아이디어는 수요가 항상 넘쳐나지만, 돈은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미 벤처기업에 흘러 들어간 투자액은 1990년보다 무려 25배 폭증했다. 주식공개(IPO)로 조달한 자금만도 700억달러에 육박한다.
1990년의 15배이다. 이 두 기록은 올해 다시 갈아치워질 게 분명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붙는 부수적 요소에 불과하다.
고급두뇌를 유치하려는 기업가들의 마음도 당연히 다급해졌다. 이익창출의 원동력인 지적재산은 무엇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종업원의 배타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세균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책상 바꾸듯 직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요즘의 고용환경이다.
결국 아이디어를 가진 핵심자산(vital assets)을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 회사에 붙들어둘 수 있느냐에 따라 경영진의 능력, 기업의 생존가능성이 결정된다.
기업수익모델의 변화는 미국인의 얼굴 생김새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서 피부색깔은 더 이상 변수가 될 수 없다.
능력만 있으면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에서 온 차별받던 소수인종이 백인들의 누렸던 자리를 얼마든지 ‘유린’할 수 있다. 1995년 전체 인구의 74%였던 비(非)히스패닉계 백인이 2050년에는 53%로 급감할 것이라는 게 미 인구조사국의 추산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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