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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 분리 "누굴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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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 분리 "누굴 살리나"

입력
200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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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가.” “법원은 과연 이 문제에 개입할 권한이 있는가.”영국에서 몸이 서로 맞붙은 채 태어난 한 샴쌍둥이에 대해 법원이 분리수술 판결을 내리자 부모가 신앙을 이유로 이에 반대, 논란이 불붙고 있다.

신원보호를 위해 조디와 메리라는 가명으로 각각 알려진 이 쌍둥이는 지난달 8일 동유럽의 한 국가에서 영국으로 온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조디와 메리는 하복부가 붙어있으며, 조디의 몸통에 있는 하나의 심장과 한쌍의 페로 둘이 살아가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달 25일 이 쌍둥이가 분리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수개월 내에 모두 죽게될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분리수술을 받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인 부모는 수술로 심장과 폐가 없는 메리가 죽는 것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반대된다는 이유로 이에 불복,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우선 전문가의 소견을 듣기로 했으며, 한 아동전문병원 의사가 현재 이 쌍둥이의 상태를 정밀 검사중이다.

첫 판결을 내린 존슨판사는 “메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피와 산소는 조디로부터 오는데 조디의 심장과 폐는 두 몸을 지탱할 수 없다”면서 “수술하지 않을 경우 둘 다 사망할 수 밖에 없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분리수술에 동의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임신중에 자식이 샴쌍둥이라는 것을 알고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부모들에게는 이같은 판결은 청천벽력이었다.

이들은 “모든 사람은 살 권리가 있는데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술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수술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를 죽이는 것은 “단순하기 짝이없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두 아이중 하나를 죽이게 되는 결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야기가 알려지자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의 에르질리오 토니 추기경이 무한대의 무료 의료를 제공하겠다며 이들 부모들에게 피난처 제공의사를 밝히는 등 유럽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법원의 최종결정이 난 이후에나 수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모측 변호사들은 항소법원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원에 호소하고, 나아가 유럽 인권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수정란이 두 개로 분리되다가 중단되면서 생기는 샴쌍둥이는 신생아 10만명중 1명꼴로 나타나며 생존률은 5~25% 정도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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