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인간과 생물이 대기, 수질, 토양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음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특히 이번 환경부 조사에선 잉어과에 속하는 수컷 치리의 정소에서 난소에 있는 조직이 발견되는 등 생태계에 깊숙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나 적색 경보음을 발하고 있다.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어떤 물질이 환경호르몬에 속하는지 분류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허용 기준치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가 일본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번째일 정도로 환경호르몬에 대한 국내 연구수준이 높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는 일본보다 도리어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이옥신의 경우 수질과 저질, 토양에서는 검출농도가 일본의 1/5~1/250으로 이었으나 대기중 농도가 평균 0∼4.448pgTEQ/N㎥으로 2.5배나 높다.
일본에서는 새로 발생한 환경호르몬보다는 과거 공업화과정에 발생한 환경호르몬이 침전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기중에 환경호르몬이 떠다닐 정도여서 앞으로 얼마든지 토양이나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은 이미 환경과 생태계를 거쳐 우리 몸속에까지 퍼져 든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미 지난 3월 식품을 대상으로 한 환경호르몬을 조사, 산모의 분만 후 최초 모유인 초유에서 다이옥신이 하루 섭취허용량의 24∼48배 가량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71년에 국내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DDT의 변형물질인 DDE가 지금도 인체에서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식약청 조사결과 확인됐다.
환경부는 다이옥신 등 특정유해물질에 대한 통합관리를 위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다이옥신 등 특정유해물질관리특별법’을 제정하고 50톤 이상 대형 쓰레기소각장에만 적용하고 있는 다이옥신 배출기준을 1시간 처리용량이 200㎏이상이 중·소형소각장에도 적용키로 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민·관이 모두 참여하고 전산업의 생산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환경호르몬이란.
인체호르몬이 나오는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물질. 한마디로 호르몬작용을 봉쇄하거나 혼란시킨다. 농약과 수은, 납, 카드뮴 등 중금속과 비스페놀A 등 플라스틱 성분, 프탈레이트 등 플라스틱 가소제, 강력세척제인 노닐페놀류가 추정물질이다.
_인체에 영향은.
정자수 감소 등 생식력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탈남성화, 면역계, 신경계 등 인체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정자수가 50년 전의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 이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피해는 규명돼 있지 않다.
_다른 나라의 실태는.
미국에선 1996년부터 환경호르몬의 위해성이 본격 제기됐다. 일본이 가장 연구가 활발해 1998년 최초로 전국 규모의 환경호르몬 잔류실태를 조사했다.
_이번 조사결과는 당장 위험한 수준인가.
다이옥신 섭취량만 따지만 위험이 없다. WHO가 정한 일일허용섭취량(4pgTEQ/㎏)에 반월공단지역(원시동, 3.112pgTEQ/㎏), 상업지역(고잔동, 2.490pgTEQ/㎏), 주거지역(정왕동, 2.567pgTEQ/㎏)의 검출결과가 모두 못미친다. 일일허용섭취량은 몸무게 60㎏인 성인이 하루 4pg을 평생 먹었을 때 10만명 가운데 1명 정도에게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_반월공단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대기 중 다이옥신의 검출농도가 공단지역에서만 일본에 비해 훨씬 높았다. 1차 조사에서는 평균최고치가 4.448pgTEQ/N㎥이었으나 2차조사에서는 1.004pgTEQ/N㎥로 떨어져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환경호르몬예방 생활수칙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제안하는 환경호르몬 예방생활수칙을 소개한다.
▲유기농산물을 먹자:국내 추정 환경호르몬 67개 성분중 농약이 41종이다.
▲모유를 먹이자: 플라스틱 분유병은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가 원료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다. 분유 수유가 불가피하면 유리젖병을 쓴다.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자: 플라스틱용기에 뜨겁고 기름기있는 음식을 담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장난감도 천연목재 등으로 만든 제품을 골라준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태우면 다이옥신이 나오고 산업폐기물 처리장의 침출수에서도 환경호르몬이 용출된다.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지 말자: 컵라면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지 말고 내부코팅제에서 비스페놀A가 나오는 음료수캔을 데워 먹지 않는다.
▲염소표백한 세정제, 위생용품의 사용을 줄이자: 표백이 덜 된 제품이 건강에 이롭고 소각할 때 다이옥신이 덜 나온다.
이밖에 ▲다 쓴 건전지는 반드시 폐기할 것 ▲손을 자주 씻고 실내바닥과 창문을 깨끗이 할 것 ▲저독성 항균성 샴푸를 사용할 것 ▲살충제를 많이 뿌린 골프장에서는 손이나 티셔츠, 골프공에 입이 닿지 않도록 주의할 것 등도 전문가들이 제안하고 있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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