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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이스 이제 푸른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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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이스 이제 푸른 희망이다

입력
200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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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놓쳤지만 그랜드슬램 무대 제패를 꿈꾸는 한국 테니스의 희망이 싹트는 순간이었다.'고무공' 이형택(24..삼성증권..세계랭킹 182위)은 5일 오전(한국시간) 뉴욕 플러싱 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0 US오픈(총상금 1,500만 달러) 남자단식 16강전에서 '황제' 피트 샘프러스(28.미국..세계랭킹 4위)에게 0_3(6_7

2_6 4_6)으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1981년 같은 대회에서 이덕희(46.여)가 묻었던 메이저대회 8강의 꿈은 후일로 미뤄졌다. 이형택의 획득상금은 5만5,000달러.

1세트 첫 서브게임. 단 1 포인트도 내주지 않은 40_0에서 이형택의 서브가 그대로 코트에 꽂히면서 서브에이스로 첫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마무리했다. 이때부터 서브게임을 서로 주고받은 끝에 게임스코어가 6_6,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스코어가 1_3까지 쫓기던 이형택은 날카로운 패싱샷과 서브 범실을 역이용해 5_4까지 따라붙었으나 왼발로 네트를 건드리는 바람에 1세트를 내줬다.

혼쭐이 났던 샘프러스는 2세트 첫 게임을 손쉽게 얻었지만 이형택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번째 게임에서 0_40까지 밀리던 이형택은 백핸드 발리와 패싱샷을 앞세워 듀스를 만든 뒤 8번이나 듀스를 반복했지만 더블폴트가 터지면서 승기를 놓쳤다.

결국 게임스코어가 1_3으로 밀리던 이형택은 갑자기 쏟아진 비로 2시간30분을 쉬고 다시 코트에 나섰지만 2, 3세트를 내리 잃었다. US오픈 4관왕 샘프러스는 최근 8년동안 윔블던코트에서 유일한 1패를 안겼던 까다로운 상대 리하르트 크라이첵(28.네덜란드)과 4강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그라운드 스트로크 대결에서는 앞서는 감도 있었던 이형택은 시속 200km를 웃도는 샘프러스의 광속 서브를 리턴하는 데 애를 먹었다. 승부처마다 샘프러스가 터뜨린 14개의 서브 에이스가 이형택을 주눅들게 했다. 샘프러스는 경기가 끝난 뒤 "까다로운 상대"였다고 이형택을 치켜세운 뒤 "루키라고 들었는데 수많은 관중앞에서 너무 침착하게 경기를 펼쳤다"며 감탄했다.

이형택은 "2세트때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내 모습이 아니었다"며 무척 아쉬워했다. 또 "그 동안은 국제대회에서 잔뜩 긴장하는 바람에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빗속에서도 아서 애시 스타디움으로 몰려든 2만 3,000여 팬 들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동양인을 지켜봤다. 1970년 초반 흑인 최초로 메이저대회를 정복하며 '블랙 테니스 시대'를 열었던 아서 애시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해 완공된 이 경기장에서 아마 그들은 첫 동양인 챔프를 상상하지 않았을까.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본보에 전해온 '이형택의 감회'

실질적인 세계테니스의 최강 피트 샘프러스와 격돌했던 이형택은 예상밖의 선전으로 전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놓았다.

라켓을 처음 잡았던 초등학교시절부터 샘프러스와의 만남을 꿈꾸어왔던 이형택이 "아쉬웠지만 후회는 없었다"는 샘프러스와 맞대결 꿈을 이룬 뒤 느낀 감회를 한국일보에 전해왔다.

2만 3,000여명이 몰려든 아서 애시 스타디움의 한 가운데에 섰을 때 너무 떨렸다. 어렸을 때부터 평생 한번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꿈꿨던 샘프러스와 드디어 맞대결을 하는구나 하고 감격할 정도였다.

하지만 첫 세트 첫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잡았을 때 해 볼 만하다고 느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적어도 몇 게임을 더 딸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힘이 솟았다. 교민들의 힘찬 응원이 눈에 들어왔고 미국 팬들도 일방적으로 샘프러스를 편들지 않고 나의 좋은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박수로 보답해 운동장 분위기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고비는 두 차례 찾아왔다. 1세트때 게임스코어 4_3으로 앞서고 있으면서 샘프러스의 서브게임을 40_0으로 이겼을 때가 가장 아쉽다. 샘프러스는 그때 서브스피드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면서 위기를 관리했는데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게 경험이구나 하고 느꼈다.

타이브레이크를 놓치는 순간도 너무 아깝다. 비가 운동장에 쏟아지면서 페이스를 잃었다. 주원홍 감독님으로부터 잘 싸웠다는 격려를 듣고 힘도 냈지만 비가 그친 뒤 코트에 섰을 때는 바람이 좀 불었고 날씨도 쌀쌀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샘프러스는 오히려 서늘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내가 많이 밀렸다. 나는 운동할 때 덥고, 땀이 나야 플레이가 잘 되는 편인데… 너무 아쉽다. 2세트때의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고 샘프러스와 악수를 할 때 잘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 서브에이스를 14개 내줬는데 다른 정상급 선수들도 20개 이상으로 줬으니 그렇게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해 미련이 남지만 국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지켰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때 외국 선수들과 자주 대결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국내에 있는 동료들과 후배들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게임에 앞서 주눅들지 않아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권유하고 싶다.

이곳에서는 외신들이 워낙 큰 관심을 보여 어리둥절할 정도다. 어머니께 전화를 하면서 국내 신문에도 1면에 나오고 대서특필됐다고 들었는데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다.

윤용일 형과 올림픽 복식경기에 출전하는데 열심히 해 동메달이라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내로 돌아가면 몇일 푹 쉬고 싶다. 미국에 있는 7주동안 긴장된 투어생활을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뉴욕에서 이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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