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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 "하필 왼발이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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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 "하필 왼발이 그곳에.."

입력
200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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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왼발이 그곳에…."서브 게임을 전부 잡아내며 승부를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던 1세트. 스코어가 4_6으로 뒤지고 있던 이형택은 샘프러스의 서브를 절묘하게 받아넘겼다. 상대방의 반격은 주무기인 발리.

베이스라인 근처에 있던 이형택은 네트 앞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스매싱했다. 샘프러스가 도저히 걷어올릴 수 없는 상태였고 팬들도 일제히 환호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순간에 불과했다. 주심이 곧바로 네트 터치를 선언한 것.

TV 중계로 되돌려 본 장면에는 볼을 보고 달려들었던 이형택이 네트 앞에서 멈추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가속도를 조절하지 못했다. 결국 왼발이 살짝 네트에 걸치면서 점수를 잃고 말았다. 5_6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 4_7로 바뀌면서 팽팽하던 타이브레이크의 승부가 판가름났다. 이형택은 가장 가능성이 컸던 첫 세트를 잃고 난 뒤 내리 두세트를 잃었다.

테니스 규정상 라켓이나 신체 일부, 옷소매 등이 네트에 닿게 되면 실점하게 된다. 이형택은 "그 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아쉬워했다. 만약 이형택이 그 포인트만 땄을 경우 서브 2개를 넣을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져 1세트를 잡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당당한 한국 시골청년..미스테리맨" 외신특필

외신들은 '이형택의 돌풍이 16강에서 멈췄다'면서도 '한국 시골청년은 13번이나 그랜드슬램대회 정상에 오른 샘프러스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며 샘프러스보다 오히려 이 형택에 비중을 두고 기사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AFP통신은 "세계랭킹 182위 이형택이 5만5,000달러를 챙기며 생애 최고의 스릴을 맛보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이형택을 "미스터리 맨"이라고 부르면서 "2세트 초반까지도 샘프러스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었다"며 이형택의 도전정신을 높이 샀다.

AP는 또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의 주인공이 됐으며 한국방송이 새벽시간에 그의 경기를 생중계한 것 자체도 놀라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스포츠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스포츠서버'도 "한국 이외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형택이 US오픈에서의 돌풍을 통해 초라한 넝마꾼에서 부자로 다시 태어난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O¼샘프러스는 "이전에는 이형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가 경기하는 것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경기를 해야할 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이형택이 침착하게 매우 잘 했고 여러 차례 나를 힘들게 했다"며 이형택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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