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포수에게 절대로 안타를 맞지 마라." 야구감독들이 흔히 하는 말중 하나다. 상대포수가 안타나 홈런을 때리면 그날 투수리드가 좋아 경기 하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포수는 야구선수들중 유일하게 야수들을 바라보며 경기를 하는 포지션이다. 간혹 경험 많은 노장포수들은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야구에서 포수는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다. 투수리드, 도루저지 등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해야 하는게 포수의 임무다. 하지만 팬들은 수비는 물론 타격도 뛰어난 포수를 선호한다. 요즘 박경완(현대)이 공수를 겸비한 대표적인 포수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93년 쌍방울에 입단한 박경완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조범현 배터리코치(현 삼성코치)이다.
당시 쌍방울 배터리코치로 있던 조코치는 잠시 한 눈 팔 틈도 없이 박경완을 몰아부쳤다.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며 박경완을 그럴싸한 포수로 만들었다. 별볼일 없던 박경완은 상대타자를 철저하게 분석한 투수리드는 물론 5할대 이상의 도루저지율로 94년부터 단숨에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주위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타석에만 들어서면 헛망방이질 하기 일쑤여서 '공갈포'라는 곱지않은 평가를 받았다.
98년 박경완은 야구인생에서 전기를 맞는다. 현대로 트레이드된 그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사실 박경완은 올 시즌 출전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으로 전지훈련지에서 볼도 제대로 뿌리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김재박감독은 박경완이 제몫을 해주면 한국시리즈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었다. 박경완이 기대이상으로 맹활약한 덕분에 현대는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고 양 리그 통틀어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 23개의 홈런을 터뜨려 공격력도 인정받은 박경완은 올해 들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만수(전 삼성)의 포수출신 시즌 최다홈런 기록(27개)을 훌쩍 뛰어 넘어 35개로 이승엽(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홈런더비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5월19일(한화) 프로야구사상 첫 4연타홈런을 때리더니 1일(한화)경기에서는 3연타석 아치를 그렸다. 이승엽에게 공개적으로 홈런왕 도전장을 내민 박경완이 과연 또다른 고졸신화의 주인공이 될 지 주목된다.
/박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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