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꼬집은 ‘왝 더 독(Wag the dog)’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성추문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는 줄거리이다.이 영화의 제목도 ‘개의 꼬리를 흔들게 하라’로 영화 내용처럼 매우 불합리하고 부자연스런 현상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도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 외국인 노동자들도 노동3권의 대부분을 보장받고 15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들이 2년이내 취업비자 갱신을 통해 합법적 취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을 보자. 약 430만명의 영세기업 근로자, 빌딩관리 및 청소업 등에 종사하는 파견근로자, 수십만명의 일용직, 계약직 근로자가 제대로 노동 3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입국했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자기 나라의 수십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고, 월등한 인권을 보장받는 것은 물론 일부 한국인 근로자들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게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대다수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상태에 비추어봐도 무리가 있다.
필자는 광복절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보면서 통일의 첫 단계인 남북경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바람직한 경제협력은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토지·인력을 결합한 형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대로라면 북한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곧바로 북한근로자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남한에 진출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노동 3권에다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왜 우리는 한 핏줄인데도 차별을 하느냐는.
이렇게 되면 북한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임금인상으로 경쟁력이 약화하고, 이 문제가 결과적으로 남북경협 진전 및 통일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단순히 외국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 나아가 북한동포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도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의 인권보장에는 팔짱을 끼고 있던 정부여당이 인권국가라는 칭송을 얻기 위해 현실에 맞지 않은 허식을 부린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재고를 바란다.
/이성희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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