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늘어나면 젊은 연구자들의 앞길을 막는다.”“창조적인 첨단 연구는 60세가 넘으면 무리다.”3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주장이 잇따랐다. 도쿄대학의 교수 정년 연장 방침에 반대하기 위한 이 심포지엄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이런 주장을 폈다면 속이 뻔한 소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심포지엄은 도쿄대학 이학부장을 지내고 올봄 퇴임한 마스다 다카시(益田隆司) 전기통신대학 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70여명의 참석자 대부분도 전직 도쿄대학 교수들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교수들이었다.
도쿄대학의 정년 연장 문제가 표면화한 것은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총장이 7월 대학평의회에서 “교육·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령 제한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부터.
국적·성 차별과 마찬가지로 ‘연령차별’을 없애는 것이 대학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사립대학의 70세, 타 국립대학의 63~65세와 달리 도쿄대학이 60세 정년을 고수, 유능한 교수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기 때문. 2002년 퇴직 예정자부터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연장, 2013년까지 65세로 정년을 늘리는 방안은 당연히 교수들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달랐다. 일부 노교수들은 “대학을 양로원으로 만드는 조치”라고 반대하는가 하면 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는 것에 따른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밥그릇보다 대학의 질을 우려하는 노교수들 스스로의 자세에서 도쿄대학이 세계적 대학이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는 저력을 읽을 수 있었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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