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비판 등 정치문제에 관한 한 엄격한 통제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에 일반 시민의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스피커 코너’가 생겼다.시민들은 싱가포르 중심가 공원 등에 마련된 스피커 코너의 단상에 올라 각종 국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다.
지난 주말 혼림공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스피커 코너에서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야당지도자 등 20명이 나서 “장관과 고급공무원의 급료가 지나치게 높다” “영어중심의 언어정책이 화교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 “불법이민자에 대한 정부 대응이 너무 엄격하다”며 정부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퇴근길에 모여든 수백명의 시민들은 시민단체 대표인 고메즈(35)씨가 “정신의 자유와 정부로부터의 독립을!”이라고 선창하자 “독립을!”이라고 따라 외치는 등 열렬히 호응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표현하는 시민’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스피커 코너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를 개최하려면 연설 시간과 장소를 경찰에 사전 신고해야 하고, 민족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은 금지되는 등 아직도 규제가 적지 않다.
연설을 들은 한 회사원은 “언론자유에 대한 정부의 태도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언론이 여전히 정부통제아래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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