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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 신작 '종희의 아름다운…'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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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 신작 '종희의 아름다운…' 펴내

입력
200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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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성기(49)씨가 2년만에 신작 소설집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민음사 발행) 을 냈다.이 소설집은 영화로 치면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이다.

대상을 멀리서 바라보는 롱테이크 기법에 6ㆍ25를 전후한 시절을 절제된 시선에 담아낸 이 영화처럼, 조씨의 소설도 무기교의 기법으로 우리의 지난 한 시절을 지극히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소설집은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과 '종희의 서러운 시절', 그리고 '타타르인의 참혹한 시절' 세 편의 작품으로 돼있다. 모두 작가가 실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함경도 원산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산여고 농구선수로 운동장을 누비던 종희, 그녀의 삶을 6ㆍ25가 바꿔놓는다. 전쟁 때문에 그녀의 인생은 '아름다운 시절'과 '서러운 시절'로 극명하게 나뉜다.

신여성의 지성과 전통적 현모양처의 자애로움을 겸비한 아가씨로 자라나던 종희는 부모님을 북한에 두고 오빠들과 월남, 부산 피난민 수용소에서 생활하다 그곳을 탈출해 홀로 강인한 생활력으로 살아간다.

'타타르인의 참혹한 시절'은 전쟁 당시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타타르인 가족을 소재로 한다. 명동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이들은 미국 첩자로 오인받아 중강진까지 끌려간다.

수용소 생활을 자신들이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칭기즈칸의 후예라는 신념으로 버텨낸 이들은 휴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다.

88서울올림픽 때 다시 서울을 찾은 이들에게 전쟁의 흔적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성형미인과 연예인 바람, 학생들의 분신과 도시 빈민들의 고단한 삶이 얼룩져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구구한 묘사를 배제한 채 명확한 단문으로, 접속사 하나 쓰지 않고 시종일관 현재형 어미를 구사하며 들려준다.

종희는 실제 작가가 세들어 살던 집의 안주인이었다. 조씨는 15년 전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하고 10개의 테이프에 녹취했다.

그는 "얼마 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이미 세상을 뜨신 그분의 삶과 모든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했다"며 "이산의 아픔이 뭔지 모르는 청소년들도 그 아픔을 이 소설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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