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시드니 올림픽 8강을 노리는 우리나라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나이지리아 올림픽 대표팀과 가진 두 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5_1의 대승으로 장식, 올림픽 출전 준비를 산뜻하게 마무리했다.와일드 카드로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한 홍명보 김도훈 김상식은 기존의 젊은 선수들과 무리없이 호흡을 맞추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이천수 고종수 박진섭 박지성 김도균 등 젊은 선수들도 빠르고 정확한 볼 처리와 함께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홍명보의 넓은 시야, 이천수의 감각적인 터치, 김도훈의 파괴력이 어울린 1차전의 첫 번째 골과 이천수가 왼쪽을 돌파하여 낮고 빠르게 깔아준 크로스를 박진섭이 마무리한 2차전의 세 번째 골은 우리도 이젠 부드럽고 유연한 축구, 리듬을 타는 감각축구를 할 수 있다는 상쾌한 희망을 갖게 했다.
다양한 공격 루트의 개발, 미드필더진의 효과적인 운용, 경기에 대한 집중력 유지 등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현재 올림픽 대표팀은 최선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며칠 후 장도에 오를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올림픽 경기를 한껏 즐기고 돌아오라는 것이다. 올림픽 본선에서 우리가 상대할 팀 중에는 이번 평가전처럼 시차 적응이 덜 됐거나 주전 6명이 빠진 팀은 없다. 우리가 상대할 모든 팀이 어려운 상대이며, 모든 경기가 중요한 경기다. 이렇게 치열한 진검 승부에서는 전술적, 기술적 요인 뿐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패스미스 하나, 볼을 갖지 않았을 때의 안일한 움직임 같은 사소한 것들 또한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진정으로 강한 상대를 마주했을 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불꽃같은 투혼이 피어오르며 자신의 모든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되는 것 아닌가. 태극 무늬를 가슴에 단 우리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의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누리고, 즐기고 돌아오길 바란다.
/강석진ㆍ서울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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