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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십자회담 왜 늦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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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십자회담 왜 늦추나

입력
200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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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적십자회담을 열자는 우리측 제의에 대해 북한이 4일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음에 따라 적십자 회담은 이번주 후반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지난달 26일 남측 제의를 접수한 후 북측이 이처럼 열흘동안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에는 몇가지 고민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북측은 우선 회담 의제에 대해 좀 더 숙고할 필요성이 생겼다. 당초 이번에는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운영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지만 최근 제2차 장관급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서신교환 협의가 합의됨에 따라 이들 사안을 의제에 추가해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논의의 선후와 완급을 가리고 이에 따른 추진 일정을 나름대로 확정해야 한다. 북측은 향후 방문단 교환과 면회소 문제를 우선 다루고 서신교환 사업을 뒤로 늦출 개연성이 높다.

북한은 또 회담장인 판문점에 대해서도 수읽기를 거듭하고 있다. 6월 말 적십자 회담 당시 남측으로부터 판문점 제안을 받고 금강산으로 수정한 바 있는 북측으로서는 또다시 남측의 제안을 외면할 명분이 없다.

그렇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50년대 열강 각축의 유산’으로 규정한 판문점을 선뜻 수용하는 방안도 껄그러울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6월의 경우 자신들이 회담장소를 정한 만큼 이번에는 남측이 정해야 한다는 관행을 북측이 쉽게 허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북한의 내부 일정도 회담 지체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비전향 장기수 환영 행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5일은 국방위원장 재추대 2주년 기념일이다.

한편 한적과 정부는 향후 방문단 교환 일정 등이 빡빡한 점을 들어 북측이 조만간 회담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남측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남측은 면회소 설치 장소와 운영 방안을 타결하고 가급적 연내에 시범적 수준에서의 편지왕래를 실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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