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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難 권희로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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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難 권희로 '기구한 운명'

입력
200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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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결혼 아내 돈갖고 튄뒤 내연여인과 남편살해 공모지난해 9월7일 “어머니의 나라에서 한국인으로 살겠다”며 귀국했던 권희로씨가 불과 1년만에 ‘삼류 치정극’의 주인공으로 전락, 그를 환대했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

그의 구명운동을 벌였던 부산 자비사 주지 박삼중 스님의 인도로 귀국한 권씨는 국내 독지가가 마련해준 부산 연제구 거제동 모아파트에 정착했다.

이후 권씨는 고국의 따뜻한 대접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청소년교화시설 등을 찾아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봉사활동에 몰두했다.

게다가 올해 2월에는 예전에 상처를 주고 떠났던 아내 돈모(55)씨마저 돌아와 재결합함으로써 권씨의 여생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돈씨는 권씨가 일본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1979년 옥중결혼, 10년간 옥바라지를 하다 88년 독지가들이 보내온 3억원 가량의 돈을 챙겨 달아났던 인물.

이런 돈씨를 권씨는 흔쾌히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돈씨는 또다시 권씨를 배신했다. 불과 두달뒤인 4월25일 현금과 예금통장 등 5,800만원에 이르는 권씨의 전재산을 챙겨 잠적해 버린 것.

자비사 관계자는 “이때부터 권씨는 심하게 실의에 빠져 지냈다”며 “학원 일본어강사로 출강하기도 했지만 삶의 의욕을 거의 잃은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난동 사건의 동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박모(43·여)씨와는 이런 절망적인 상태에서 가까워진 관계. 자비사 신도인 박씨와는 원래 귀국 직후부터 알던 사이였으나 두번째 마음의 상처를 입은 뒤 박씨의 위로를 받으며 급속히 관계가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권씨로서는 집에까지 찾아와 밥을 해주고 청소를 해주는 박씨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

어떻든 이번 방화와 살인미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권씨에게는 최소한 7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31년간 일본의 옥중에서 젊음을 모두 소진했던 권씨는 이번에는 말년에 고국에서 또 옥살이를 해야하는 기구한 운명에 놓였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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