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방식이 사업제안서평가(RFP)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결정됐다.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할 단일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조정협상을 벌여왔는데, 이를 중단하고 사업자간 비교심사를 통하여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잘 알려진 것처럼 단일 컨소시엄 선정 방식은 국내 방송시장의 규모, 타 매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방송계 안팎의 지지를 받아 합의에 이른 사항이다.
따라서 5월 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방송위원회는 단일 그랜드컨소시엄 구성 조정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점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하나의 사업자를 허가한다는 것이 바로 하나의 컨소시엄만이 신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데도 신청 단계에서부터 모든 참여 희망 사업자를 포괄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사업자 선정도 수월하고, 무엇보다도 허가에 따른 특혜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어떤 고려 사항보다 우선시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기구가 아예 컨소시엄 구성에 나섬으로써 사업자의 자율과 시장 질서를 무시하는 측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20여 차례에 이르는 조정과정을 통해서도 시장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자 사업 주도의 역할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얼핏보면 이번 결정을 책임있는 국가 기구가 입장을 번복하고 갈팡질팡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는 것은 단순하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가운데 방송위원회라는 새로이 태어난 국가 기구가 자리잡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남북간 긴장이 완화하고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으며, 정보사회로 급격하게 이전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은 ADSL과 인터넷을 많이 쓰는 것으로, 또는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도입으로 우리 사회의 운용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때 완성되는 것이다.
경쟁의 부정적인 측면은 국가 기구가 보완해나가면서 시장과 민간의 자율성이 주도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정보사회로의 변화에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위성이고 위성방송이라 할 때, 이번 위성방송 사업 선정이 그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위성방송사업자를 참여 희망 사업자들간의 경쟁을 통해 선정하겠다는 방송위원회의 방침은 적절한 대응으로 생각된다.
경쟁은 소비자에게 가격과 서비스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 사업자는 공적 의무나 양질의 서비스와 같은 방송위원회의 정책목표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이제 방송위원회의 역할이 그 본래의 역할로 돌아온만큼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이 어떤 편견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일만 남았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사안은 심사기준과 그 절차가 될 것이다. 특히 면밀한 심사기준을 제시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그 심사기준은 방송위원회가 6월 발표한 기존의 가이드라인에 집착하거나 사업자의 모양새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채널 편성계획, 채널 구성, 사업 성공 여부, 소비자에 대한 편의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심사기준을 처음부터 공표하여 사업자들이 그 기준에 맞게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미리 공표하여 누구나 그 내용과 과정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방송위원회는 지금까지 방송사업자 선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김대호·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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