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식량 100만톤의 긴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일보 4일자 1면 참조). 북측이 올해 지원물량으로 이미 20만톤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 100만톤이 당장 지원받고자 하는 물량이 아니라 총량 개념이라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이에대해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국민적 공감대위에서 결정돼야 할 사항인 점을 감안, 인도시기나 지원물량 등에 대해 진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부가 세운 대북 식량지원 원칙을 보면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정부에 가급적 부담을 덜 주는 선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사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좁은 경지면적에다 영농기술의 낙후성과 비료사정의 악화 등이 식량수급에 엄청난 차질을 초래하게 됐다.
국제사회는 북한에서 이미 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앞다퉈 대북 식량지원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최악의 가뭄현상은 극심한 농작물 피해를 가져왔다고 한다.
북한의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정부가 북측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식량원조야 말로 동포애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인도적인 조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6·15선언을 통해 평화공존을 다짐한 이상, 북측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더이상 우리의 타도대상이 아니다. 동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돕는 것은 상호신뢰 회복의 첩경이다.
통일도 궁극적으로는 남과 북이 상호 의존성을 넓혀갈 때라야 가능하다. ‘우리 내부에도 굶는 사람이 있는데…’하고 대북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편협한 논리로는 화해와 공존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굶어도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우기던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숨기지 않고 지원을 호소한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컨센서스를 이루는 일이다. 정부는 국민부담이 분명한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지체없이 국민동의 절차를 거쳐 제도화해야 한다.
쌀 100만톤을 지원하는 데는 약 2억달러(태국산 기준)에서, 4억달러(미 캘리포니아산)정도의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따라서 꼭 쌀이 아니라도, 형편에 맞춰 더 저렴한 식량을 구입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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