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권력주변 기강이 이래서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권력주변 기강이 이래서야

입력
2000.09.04 00:00
0 0

거액 불법대출 사건은 권력 주변의 기강이 올바로 서 있는가를 의심하게 한다. 청와대 행정관이 1,000억원대 불법대출의 배후인물로 드러났는데도 누구 한 사람 책임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저마다 ‘나는 무고하다’는 변명에 급급할 뿐, ‘내탓이오’ 하고 고개 숙이는 이가 없다. 권력을 보좌하는 이들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탄식을 누르기 어렵다.이 사건을 일단 단순 사기극으로 보자. 그러면 당사자 외에는 달리 책임져야 할 사람이 없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해당 금융기관의 감독라인은 물론이지만, 문제된 행정관이 비리행각의 배경으로 삼은 권력보좌 조직의 책임 또한 크다. 그런데도 직무상·도의적 책임을 건성으로나마 입에 올리는 이가 없다. 권력보좌 조직이 어쩌다 이렇게 느슨해졌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권력 주변 단속을 맡은 법무비서관실조차 대출보증과 관련된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의 비리를 제보받아 내사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내사과정에서 행정관의 대출보증 요구 등 직분을 벗어난 일탈행각은 모르고 지나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행정관은 청와대 직제에도 없는 ‘공보수석보좌관’을 사칭한 명함까지 사용했다. 이런 비리행각을 단속해야 할 고유임무는 소홀한 채, 한갓 지점장의 비리는 용케 제보받아 내사했다니 여론이 믿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원천적 잘못은 이런 인물을 전공이나 경력과 무관한 청와대 해외언론담당 국장으로 기용한 데 있다. 개인사업을 하던 인물이 과분한 직책에 발탁돼, 직무와 동떨어진 개인사업에 몰두한 셈이다. 또 그가 엉뚱하게 나대는 것을 주변에서 낌새조차 몰랐다면, 권력보좌 조직의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거듭 경고하는 것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된 엘리트 공무원과 전문가로 채워야 할 권력보좌 조직의 균열은 문민정부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흔한 민주투쟁 경력조차 없는 비전문가들이 연줄을 타고 권부에 입성, 오로지 사익을 좇는 것을 허용한 결과가 이번 사건이다. 그 교훈만이라도 유념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