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을 끌던 차량대치. 야음을 틈탄 전격 해산작전.미얀마의 민주지도자 아웅산 수지(55)여사의 저항은 이번에도 군사정부의 강제적 물리력에 짓밟혔다. 군 당국은 야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지역 청년당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도 양곤을 빠져나가려는 수지여사를 1일 밤 차에서 강제로 끌어내 9일간의 노상대치를 마무리했다.
구실은 수지여사의 ‘안전’이었지만 어떻게든 야당활동을 봉쇄하겠다는 군사정부의 강경책의 결과였다. 수지여사는 1991년 비폭력주의 노선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가 받는 이런 탄압은 과거 우리의 익숙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민주화가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잡아 가는 국제사회의 관심도 전과 달리 높기만 하다.
수지여사의 차량대치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에도 13일동안 대치하다 건강문제때문에 되돌아간 적이 있다.
군사정부의 끊임없는 가택연금 조치로 운신할 수 없는 수지로서는 노상 차량대치는 익숙한 충돌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는 국제사회의 눈은 2년 전과는 달랐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인 필리핀은 사건 초기 회원국인 미얀마의 인권탄압이 아세안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가져다 줄 것을 우려, 이례적으로 군당국의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측도 일제히 미얀마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외교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강경론도 제기됐다. 인권, 민주화에 대한 탄압은 이제 국경선 안에 머무는 개별사안이 아니다.
회원국 내정 불간섭을 원칙으로 해왔던 아세안이 스스로 환부를 들춰낸 데서 급변하는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아세안에게도 미얀마의 시대착오적 인권탄압은 족쇄인 게 이 시대의 현실이다.
황유석 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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