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이 넘어 직장을 옮긴 어느 교수가 성적표를 제출하면서 망신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대학 1학년 때 받은 학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나이 19살에 받은 성적이 그렇게 망령처럼 따라다닐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미리 알았다면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라면서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재수강해서 성적을 고칠 수는 없다. 한 번 받은 성적은 평생 벗해서 살아가야 한다.
■요즘 대학입학 수시모집 열풍이 불고 있다. 입시생과 학부모가 마음졸이며 대학에 제출하는 중심서류는 성적표다.
수시모집의 고교장추천제나 고교우수성적 지원자의 경우 고3학년 1학기까지 교과평점이 만점인 5.0에 가까워야 주요 대학의 합격을 기대할 수가 있다.
이런 성적을 받은 지원자들이 줄을 지어 접수처를 찾는 광경을 보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고교 3년에 걸쳐 과목마다 학년 석차가 써있다. 수 우 미 양 가로 나누는 고교성적과 과목석차는 합격자 선정에 필수기준인 듯 하다.
■생각에 따라선 수능시험 성적만 따지던 때가 더 나을 수 있다. 고3 막판 노력에 의해 역전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틀렸다. 고교 성적 전체가 당락을 나누는 결정적인 요소라서 3년 내내 학생과 학부모가 성적관리에 초긴장 상태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이른바 주요과목인 국 영 수를 비롯, 10여과목 모두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 과목들이 이만저만 어렵지 않다.
전 국민의 국어학자, 수학자, 과학자 만들기 등등 모든 과목의 전문가로 키우는 신기한 사태가 전국의 학교에서 펼쳐지고 있다.
■새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다.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오랫동안 교육정책에 간여해온 분이라니까 이런 사태를 만든 한 사람이 아니냐고도 한단다.
학생들은 교실붕괴, 학력저하로 치닫는데 교육목표는 ‘전국민의 학자화’이고, 대입은 ‘창의력 없는 만능암기자 뽑기’로 나간다. 새 장관은 명문대 지상주의를 벗어나면서 국민 역량을 크게 키워줄 교육정책을 갖고 있을까? 또다시 기대는 해보자.
/최성자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