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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야구에서도 숫자는 '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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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 야구에서도 숫자는 '마물'

입력
2000.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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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기종목중 유일한 기록경기다. 기록으로 특정선수의 활약정도를 가늠할 수 있고 구기종목중 유일하게 기록으로 전 경기를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또 구기종목중 유일하게 공이 아닌, 사람이 득점을 해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때문에 선수 개개인과 관련된 성적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할 수 있다.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기록지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 기록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39년 미국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애브너 더블데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였다. 이후 발전을 거듭한 끝에 지금 같은 기록법이 자리를 잡은 것은 1845년 야구 지도자인 헨리 채드윅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였다. 당시 기록법이 고안된 것은 신문기사를 위한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야구기록은 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흔히 숫자는 마물이라고 말한다. 틀리기 쉽고 혼동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야구에서도 숫자는 마물이다. 틀리기 쉬워서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으로는 선수 개개인의 성적을 평가하는데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구원왕을 가리는 방식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구원왕을 가릴 때 특정선수의 구원승과 세이브를 더한다. 그래서 세이브포인트(구원승+세이브)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구원왕을 따질 때 철저하게 세이브만 가지고 계산한다.

예를 들어보자. 선발투수가 홈경기에서 8회까지 1-0의 리드를 지킨 후 마운드를 9회부터 구원투수에게 넘겨줬다. 구원투수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면 호투한 선발투수의 승리는 날아가고 만다. 더 웃기는 것은 구원투수가 9회말 팀타자들의 도움으로 역전에 성공한다면 승리투수로 기록된다. 미국의 경우 구원투수가 동점을 허용하면 세이브를 날렸다며 평가절하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매경기 승리타점을 올리는 선수를 가리는 게 있었다. 팀이 20-1로 이겼을 경우에 가정 먼저 타점을 올린 선수가 승리 타점자로 기록됐다. 어느 선수가 이 경기에서 홈런을 4발 때리고 타점을 10타점을 올렸다고 한들 팀을 승리로 이끈 승리타점의 주인공은 첫번째 적시타를 때린 선수에게 돌아갔다. 논란끝에 승리타점이라는 기록은 사라졌다.

흔히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을 가지고 대단한 기록인 양 떠들고 덧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단 야구경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숫자의 함정에 빠져 과정은 쏙 빼고 결과물만 갖고 평가의 잣대로 삼는 우를 범한다.

올해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년부터라도 국내 프로야구도 구원투수의 성적을 세이브만 갖고 따지는 게 옳을 성 싶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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