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밴형 중고차를 구입한 김모(34)씨는 가족을 태우고 국도를 달리다 갑자기 차의 앞바퀴 부분이 내려앉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새 차나 다름없다”는 말을 믿고 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50만원을 들여 부품까지 교체했던 김씨지만 더 이상 차를 탈 마음이 없어졌다. 계약취소를 요구했으나 업자는 “그럴 의무가 없다”며 버텨 김씨는 소비자단체에 중재를 요청했다.중고차 거래가 늘어나면서 각종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업자의 말만 믿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부 업자들이 이를 악용, 서류상의 근거없이 과대선전을 일삼기 때문. 게다가 중고차 관련 피해보상규정이 막연하고 절차마저 복잡해 소비자들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피해사례
5월 중순께 주행거리 13만㎞의 중고 지프를 구입한 박모(27)씨는 6월말 우연히 들른 정비센터에서 실제 주행거리가 17만㎞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차의 1년전 전산기록에서 실제 주행거리가 드러났던 것. 박씨는 중고상에 항의했지만 “모르는 일이니 알아서 하라”는 퉁명스런 대답만 들었다.
“소비자단체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근거서류가 없으면 보상받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박씨는 “나같이 우연한 경우를 빼고는 일반 소비자가 주행거리 조작여부를 발견조차 할 수 있겠느냐”며 허탈해 했다.
최모(30·여·경기 파주시)씨는 7월초 구입한 99년식 중고차의 보험 이전 과정에서 차의 연식이 98년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밖에 수해때 물에 잠겼던 차가 새차로 둔갑하는가 하면, 매매업자가 소유권 이전등록을 미뤄 전 차주앞으로 나온 주차위반 과태료나 자동차세가 새 주인에게 부과되는 등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들어 중고차 관련 상담 건수는 6월말까지 모두 1,4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3건)에 비해 32%가량 증가했다.
◆문제점
자동차관리법상 매매업자는 중고차 판매시 ‘성능점검 기록부’를 작성,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지만 기록부는 부품별 이상유무만 나열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고지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중고차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연식만 확인하고 성능 등은 매매업자의 설명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뒤늦게 결함을 발견해도 책임을 따질 근거가 희박한데다, 신차와 달리 품질보증기간이 없어 애프터서비스의 기간과 적용범위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만 불리해진다.
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장인영(張仁榮) 과장은 “중고차의 경우 계약서상에 보상약속을 받아놓은 상태가 아니면 이후 하자 발생시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며 “하자 입증 책임도 소비자에게 있어 보상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일부 업자들의 ‘팔고 난뒤 책임 떠넘기기’식의 얄팍한 상혼으로 피해가 많아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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