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허(李文和·60·사진)는 핵기밀을 빼돌린 간첩인가, 표적수사의 희생자인가. 1일 보석으로 석방될 예정이던 대만계 핵물리학자 李의 출감이 갑작스레 보류되면서 그를 둘러싼 법정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미국 덴버 소재 제10순회항소법원은 이날 법무부로부터 연방지법의 보석결정에 대해 항소한다는 의사를 전화로 전달받고 즉각 석방결정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미 뉴멕시코의 앨버커키 연방 지법 제임스 파커판사는 100만달러의 보석금을 받고 1일 오후 석방하라고 명령했으나 검찰측은 ‘李가 국가 안보에 전례없는 위험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 결정에 항소했다.
이로써 李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핵연구소 실험실에서 민감한 정보를 보안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컴퓨터에 다운로드한 혐의로 오는 11월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李가 인종적인 이유로 표적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전직 방첩관계자 2명의 선서진술을 인용, “중국이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에서 핵탄두 기밀을 절취했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그의 인종적 배경 때문에 1996년부터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 방첩국장 로버트 브루먼은 진술서에서 “李가 위반한 것과 같은 행위는 보통 개인 경고 정도로 처리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더 중대한 위법행위를 하고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지난 해 3월 연구소에서 해고된 李는 핵무기 설계에 관한 자료를 불법으로 빼내 보안장치가 안된 개인 컴퓨터와 테이프에 복사한 것과 관련, 59개 혐의를 받고 같은 해 12월 10일 구속됐으며 이번 외에 두 차례나 보석신청이 기각됐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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