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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커뮤니티를 키우는 사람' 예덕호vs남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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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커뮤니티를 키우는 사람' 예덕호vs남윤경

입력
2000.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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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찾아주고 추억 이어주고…지금은 인터넷 감동시대"요즘 주말에 10~20대가 모인 곳은 십중팔구 동창회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없던 동창회 열풍을 이끄는 주역은 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 다음카페 아이러브스쿨 트라이포드 등이 제공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엔터키 하나만 치면 ‘요술처럼’ 사람을 찾고 만남을 이어준다.

‘커뮤니티’란 새 문화를 만든 주역들인 프리챌 예덕호팀장과 다음의 남윤경씨가 만나 인간 냄새나는 인터넷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이버 커뮤니티를 만든 계기가 있나요.

▲예덕호 = 프리챌 창업팀의 한 명인 전제완사장님이 서울대 경영학과 83학번인데 지난해에 동문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답니다.

네티앙 등 기존의 포탈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이 성에 차지 않아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동창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느끼게 됐지요.

그래서 모임 회원들이 직접 사진도 올리고 채팅도 하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이트가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지요.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해서 정식으로 창업하기도 전인 올 1월1일에 ‘짠’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우리도 놀랄 정도로 회원 증가 속도가 빠릅니다.

‘커뮤니티’란 용어도 이제는 동창회, 동호회 등과 같은 용어로 쓰이게 됐으니 우리가 하나의 문화를 만든 셈이지요.

▲남윤경 = 커뮤니티에 관해서는 우리가 프리챌보다는 조금 빠릅니다. 지난해 5월에 커뮤니티 개설을 전문으로 하는 다음카페를 개설했습니다.

원래 다음은 한메일이라는 메일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편지만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아쉬움이 많았는지 폭넓은 만남의 장을 필요로 했어요.

그때만 해도 PC통신의 동호회같은 것이 인터넷에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PC통신과 달리 인터넷 커뮤니티는 구성원 숫자에 제한이 없고, 규칙도 없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열풍’의 시작이 된 것같아요.

혼자서도 모임을 만들고 사람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다 사람을 찾는 검색 기능까지 있으니 ‘동창회 바람’이 생긴 것은 당연한 결과지요. 인터넷 사용자의 공동체 만들기 욕구가 커뮤니티 개설 계기가 된 셈입니다.

-커뮤니티 회원이 몇 명이나 되는 지 알려줄 수 있습니까.

▲예덕호 = 출범한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커뮤니티 수는 약 9만2,000개이고 사용인구는 약 200만명입니다. 다음은 좀 많지요?

▲남윤경 = 예. 자랑같지만 페이지뷰로 야후 저팬에 이어 아시아 2위입니다. 카페 수는 약 21만개에 사용 인구는 약 880만명이고 다음 회원은 1,500만명입니다.

-커뮤니티 운영을 하다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같은 것은 없습니까. 사이버 커뮤니티가 오프라인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텐데요.

▲남윤경 = 다음카페에서 만나 결혼한 사람들이 가장 생각나죠. 그런 분들이 결혼소식을 알려오고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올 땐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다음카페에서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는 스포츠 카페인데 오프라인에서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많아요. 카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지원에 좀 조심스러운데요.

깃발 지원 약속을 한 후 그만 자기들이 먼저 외상으로 깃발을 만들어서 예상보다 많은 돈이 지출된 적도 있었지요(웃음).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인기인 동창회도 활동이 활발하구요. 또 선생님들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과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요.

얼마전 개인적으로 대학때 풍물동아리 친구들을 10여년만에 카페를 통해 만났지요. 사이버 공간에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덕호 = 전 대학 때 합창동아리였는데 얼마전 프리챌 커뮤니티에서 옛날 친구들과 선배를 만났습니다.

독일에 유학중이라는 한 선배와는 가족사진을 서로 보내주며 10여년의 시간차를 메웠지요. 제가 이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데도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인연의 끈을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이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어요.

▲남윤경 = 카페 운영자로 사이버 커뮤니티의 힘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학교 폭력의 사례로 신문 방송에서 크게 인용된 ‘성수여중 사건’도 인터넷 커뮤니티가 없었으면 공론화되지도 않았을 사례이지요.

이런 커뮤니티가 사회적 관계도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인천의 한 고교 교사인 제 친구는 반학생들과 카페를 운영해요.

처음에는 게시판에 오른 아이들의 글을 보고 글을 올리기가 두려웠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그게 아니었데요.

학교에서는 못했던 말들도 잘 하고 친구처럼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아뭏튼 이런 사이트때문에 반 분위기도 좋아졌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사명감까지 느낍니다.

▲예덕호 = 그래요. 인터넷이 오프라인의 실생활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실생활이 인터넷의 반영일수도 있는 시대가 온거죠.

그것은 커뮤니티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매개체죠.

-커뮤니티 유행에는 동창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왜 이렇게 인기가 있다고 보나요.

▲예덕호 = 학창시절 동창을 찾는 서비스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개발해야할 기능들이 복잡하고 사용자 숫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었지요.

그런데 지난해말 분 닷컴기업 열풍이 커뮤니티의 유행을 뒷받침해주었습니다. 거기에다 유명인이 아니어도 보고싶은 사람을 찾을 수 있으니까 더욱 사랑을 받은 것이겠지요.

미국에도 ‘동호회’의 활동이 많지만 우리같은 동창회는 거의 없습니다.

고향, 학연을 중시하는 문화가 사이버 동창회 바람을 일으켰고 남녀관계에 관심이 많은 10~20대의 호기심이 동창회 커뮤니티의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했지요.

저는 동창회 열풍은 인터넷 사용자 확산에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30대이상도 동창들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배운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남윤경 = 저는 동창회 열풍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창회란 과거의 인연을 현재로 이끌어내는 것인데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모임이 계속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죠.

실제로 저도 다른 사이트에서 친구를 찾은 적이 있는데 어떻게 지내냐 하는 메일이 두 번만 오가면 더이상 할 말이 없더라구요.

또 학연, 지연을 조장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구요. 또 10~20대의 동창회는 미팅의 대체물인 것같아요.

저는 동창회 열풍의 원인을 인터넷 인구가 급증했고 PC방과 같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성된데다 그룹짓기를 좋아하는 국민성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이버 커뮤니티로 인해 대학동아리 활동이 부진해지는 등 오프라인의 공동체문화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예덕호 = 저도 솔직히 그런 걱정은 조금 들어요. 커뮤니티에서 다시 만난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10년만에 7박8일간의 합숙훈련을 갔어요. 선후배들이 다 모였는데 예전의 반도 모이질 못해더라구요.

예전에는 과나 동아리가 친구를 사귀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굳이 동아리에 들지 않더라도 사이버 커뮤니티를 통해 그런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어서이겠죠.

만남은 편해졌으나 깊이는 떨어졌지요. 하지만 나머지 세대에서는 사이버 커뮤니티의 역할이 아주 큽니다. 30대 주부나 10대 청소년에게는 가족, 학교가 아닌 더 넓은 공동체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니까요.

▲남윤경 = 대학 동아리 활동의 축소가 시대적인 반영이지 사이버 커뮤니티의 영향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예전에 많았던 풍물패 같은 동아리는 줄었지만 벤처, 주식투자 동아리 같은 것은 많이 생겨났잖아요.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만남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요.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동아리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커뮤니티활동이 활발한 것이 그 증거이지요.

-사이버 커뮤니티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요.

▲예덕호=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사이버 커뮤니티는 그 경계를 잇는 다리가 될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으로 치면 하나의 복잡한 거리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집과 가게를 짓고 장사도 할 수 있고 함께 놀 수도 있는 인터넷 인프라이지요.

프리챌은 현재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10월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남윤경= 모든 세대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마당이 될 것입니다. 물론 기업이기때문에 수익모델도 중요하지요.

광고나 공동구매, 경매 등이 한 모델이 될 수도 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편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다음카페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구요.

또 각각의 커뮤니티가 사회에 큰 역할을 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것도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 예덕호(芮德호·34) 프리챌 커뮤니티 팀장

1966년 서울출생. 1992년 고려대 통계학과 졸업. 1994년 삼성SDS 입사, 인사정보시스템(PDSS)을 개발·운영했으며 삼성물산 사내 인트라넷시스템(SPIMS)을 개발했다. 올 4월 커뮤니티 닷컴기업인 프리챌의 창업멤버로 참여했다.

▥ 남윤경(南允炅·27) 다음커뮤니케이션 서비스기획 담당

1973년 부산 출생. 1995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8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온라인광고담당자로 일했으며 1999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합류해 커뮤니티 운영·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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