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에 올릴 과일이 없다.올 추석이 예년보다 20여일이나 일러 사과, 배 등 제수용 과일들의 수확적기가 한참이나 남은데다 태풍 ‘빌리스’와 ‘프라피룬’의 연이은 내습에 따른 낙과(落果) 피해가 너무 커 일부 조기출하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과일품목은 이미 예년의 2배 이상 값이 오른 상태. 더구나 당분간 큰 폭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 한가위 서민들을 심란하게 만들 전망이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사과 일일 공급량은 현재 400~500톤 규모. 추석을 앞둔 예년의 평균 공급량 700~800톤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배의 경우도 예년의 일일 200톤 규모의 30~40%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공급부족과 추석 수요 증가로 인해 제수용 과일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제수용품으로 많이 쓰이는 ‘홍로’ 사과는 15㎏ 한 상자가 도매가로 특품(特品)은 10만원, 상품(上品)은 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표준가격(최근 5년간 평균가격)인 4만7,000원, 3만5,000원의 2배가 넘는 값이다.
배의 경우도 ‘신고’종 15㎏ 한 상자의 특품은 7만원, 상품은 5만원으로 표준가격보다 2만원가량 올랐고, 밤은 40㎏ 한 상자가 14만원으로 표준가격 7만3,000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조사분석팀 과일담당 장성욱(28)씨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제수용 고급 햇사과나 배 등이 미처 익지 않은 상태”라며 “추석대목까지는 계속 값이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닷새 간격으로 찾아든 태풍은 설상가상격. 특히 ‘프라피룬’은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 수확을 기다리던 과수원들을 초토화시켰다.
충남의 사과주산지인 예산군의 경우 30~40%가 낙과피해를 입었고, 배주산지인 천안시도 20~30%의 낙과율을 보였다.
충남도측은 “도 전체 낙과율이 30~50% 정도로 과일피해만 최소한 500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적인 배 명산지인 전남 나주농협측도 “태풍으로 인한 우리 지역의 낙과 피해율이 30% 정도로 추산된다”며 “공급량이 달리고 있는데다 이번 피해로 예년에 비해 20%가량 배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림부 과수화훼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과일의 물량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어떻든 과일가격은 출하량에 따라 매일 조금씩이라도 오르내리는 만큼 가격동향을 주시해가며 적절한 구입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