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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범한 과오 반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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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범한 과오 반성합시다"

입력
2000.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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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범한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기독교 내에서도 그 동안 11세기 십자군 전쟁, 13세기 종교재판, 식민지 정복 등의 과오에 대해 심각한 자성이 있었다.

로마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3월 교회의 죄악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국내 한 원로목사가 기독교의 오류의 자취를 자성하며 펴낸 '기독교의 죄악사'는 이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과거의 오류에 대한 반성 뿐 아니라 교리 문제까지 지적하며 근본적 수정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저자 조찬선(82) 목사는 일본 도쿄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감리교신학대ㆍ이화여대ㆍ목원대 교수, 전국 기독교학교 교목회장, 미국연합감리교 목사 등을 지낸 원로 신학자이자 목회자다.

그는 "기독교의 죄를 폭로해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혁명적인 개혁을 통해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으로 되돌아 가게 하고자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삶에 대한 기쁨과 환희가 아니라 신도들에게 죄의식만 심어주는 원죄론과 목회자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한 십일조의 문제도 짚고 있고, 시장바닥의 상도덕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회의 신도 쟁탈전 등 타락한 교회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한다.

18∼19세기 선교사들의 만행, 콜럼버스의 죄악상, 십자군의 실체와 잔인성, 면죄부의 타락상, 교황의 부패상, 중남미 원주민의 슬픈 역사, 두 얼굴의 청교도 등을 폭로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거침이 없다.

신대륙 침략의 죄악상에서 "자기들의 침략 행위를 개척과 발전이라는 미명과 기독교 선교라는 명목으로 자화자찬하면서 약 350년 동안 유럽의 네배가 넘는 광대한 땅과 자원을 빼앗고, 1억 2,000만의 원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다"고 적고 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십자군의 출정을 역설했던 성 버나드의 설교도 소개한다. "그리스도의 전투사로서 이교도들과 싸우는 것은 주님을 위해서다.

그러므로 안심하고 싸우기 바란다. 악인을 처형하는 것은 살인이 아니고 악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은 악한 일을 하는 자들에 대해 주님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다."

저자의 논지는 분명하다. 몇몇 기독교인의 타락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신대륙 원주민의 학살 뒤에는 "자기들만이 신의 가호를 받고 선택된 우수한 인종이라는 독선적 우월주의"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만이 사랑과 구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종교인가." '종교적 배타성과 독단성'이 전쟁과 학살, 타 문명의 파괴 등 인류에 지대한 해악을 끼쳐왔고, 이대로 계속된다면 새로운 분쟁과 전쟁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는 핵심적 메시지다.

개신교 신학자로 존경받는 칼뱅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경해석만이 정통이고, 이와 조금만 달라도 이단이라는 몰아쳐 투옥,추방,처형 해댄 칼뱅의 독선과 배탕성을 꼬집으면서 현재 국내 장로교 교파만 130여개가 난립한 교파분열의 상황도 '칼뱅주의'의 여파라고 지적한다.

'오직 예수만을 믿을 때 구원받는다'는 논리는 정통 신학의 철칙이다. 종교간 화해의 바람이 분다고 하지만,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경계가 여전한 마당에서 기독교의 근본적 방향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저자는 제2, 제3의 루터가 출현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나는 예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마하트마 간디). 저자의 목소리에 깔려 있는 정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성직에서 은퇴하고 80고개를 넘으면서 순교자의 심정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고 털어놓고 있다. 그가 중세시대처럼 종교재판을 거쳐 이단으로 단죄받을지 '한국판 루터'로 떠받들어질지 주목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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