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과거를 보상하라"호주의 원주민(아보리지널·aboriginal)들이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백인들에게 그동안 탄압당해왔던 ‘억울한 과거’를 되돌려 받기위해 국제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9월4일자)는 커버스토리에서 이들 호주 원주민 두 명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한많은 삶을 조명했다.
이른바 ‘도둑맞은 세대’로 불리우는 원주민들은 1910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호주 정부가 ‘문명교육’또는 ‘동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부모와 자녀들을 분리해 피부색깔이 흰 아이들은 백인 가정에 입양시키고 검은 아이들은 고아원에 수용했던 사람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심한 체벌과 성폭력을 당해야 했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타임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원주민은 아치 로우치와 매리 앨런. 현재 세장의 앨범을 내며 가수로서 성공한 아치 로우치(45)는 세살때 끌려가 3번씩이나 양부모가 바뀐 뒤 가출해 밑바닥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지금도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걸어다닐 때도 고개를 숙이고 정도로 피해의식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가족들이 화재로 몰살당했다는 말에 속아 겨우 20여년만에 만날 수 있었다”며 치를 떨고 있다.
매리 앨런(55)은 일곱살 때 끌려가 고아원에서 자랐다. 학교를 마친 그는 19세때 친 어머니를 찾아갔으나, 원주민 말을 모르는 그는 서로 의사가 통하지 않자 다시 집을 떠나야 했다.
그후 14년간 원주민 마을을 여행하다가 한 원주민 마을에 정착, 캥거루와 악어를 사냥하며 살고 있는 그에게 이번에는 원주민들이 진짜 원주민이 아니라며 그 땅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둑맞은 세대’들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국내외 여론의 비판에 몰린 호주 정부가 1997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기 때문. 이 위원회는 당시 535명의 원주민을 추적해 그 실상을 밝히고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존 하워드 총리는 지난 5월 유감표명을 거부하고 이어 그들에 대한 실상이 과장됐다는 보고서를 상원에 제출하자 원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격분한 원주민들은 시드니 항구에서 20만명이 모여 호주 역사상 가장 큰 시위를 벌였다. 원주민들은 이와 함께 올림픽 개막일인 9월 15일 대규모 항의행진을 벌이기로 결의까지 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도 지난 6월 과거 동화정책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호주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백인 침략자에 대한 원주민들의 증오와 적개심은 뿌리가 깊다. 1788년 영국에서 건너온 백인들은 2만 5,000년전부터 살아온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으며 철저히 말살시킨 결과, 초기에 25만명에서 75만명까지 추산되던 인구는 1911년 3만1,000명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전체 호주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1967년까지만 해도 인구조사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또 1992년에야 원주민들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을 뿐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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