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우리나라의 이명하(27)감독은 ‘존재’라는 작품으로 지난달 29일 열린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인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데뷔상’을 수상했다.
이명하 감독의 ‘존재’는 개와 고양이를 통해 진실의 상대성을 이야기한 5분짜리 작품이다.
골목의 한 바(bar)를 배경으로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를 위로하는 개를 통해 같은 사건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수많은 상대성이 있음을 우화적인 필치로 그렸다.
미셀 오셀로 국제애니메이션 작가협회장은 “위트와 독창성, 이야기 구성이 탁월했다”고 평가한다.
이 감독은 “비가 내리는 차가운 거리와 골목, 빛과 어두움, 개와 고양이 등 화면 속 디테일을 통해 의미가 있어야 존재가 성립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스캔을 이용한 컴퓨터 작업과 함께 크레용 등 바깥 작업을 통해 질감을 살리고 화면의 깊이를 더했다.
이 작품은 원래 이 감독의 졸업작으로, 우연히 작품전에서 ‘존재’를 본 한 미술기획사의 권유로 페스티벌에 출품하게 되었다.
올해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사 시네픽스에 근무하고 있는 이씨는 “앞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일관된 주제의식을 견지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는 작품세계를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8회를 맞는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앙시, 오타와, 자그레브와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경연장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존재’외에 계원조형예술대학 애니메이션학과 출신의 정유진, 이경화 등 7명이 공동작업한 ‘아빠하고 나하고’가 본선에 진출하는 등, 젊은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 빠하고 나하고’는 근친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주제를 2D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7분짜리 작품으로 성 상품화와 권위적인 가부장제, 매스미디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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