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김민수(金珉秀·39)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가 낸 소송과 관련,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서울대의 연구실적 심사보고서가 ‘부실 투성이’라는 감정결과가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31일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우의형ㆍ禹義亨부장판사)에 따르면 서울대 권영민(權寧珉·국문)교수와 인하대 성완경(成完慶·미술교육)교수는 재판부에 낸 서울대 미대 인사위원회의 연구실적 심사보고서(18건)에 대한 감정서에서 “심사가 주관적 비판으로 일관돼 있는 등 평가기준의 객관성과 평가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교수는 “특히 김 전교수의 저서 ‘21세기 디자인문화탐사’는 4개장(章)으로 구성돼 있는데도 존재하지도 않은 5장에 대한 평가가 언급돼 있는 등 심사위원들이 저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며 “또 구미 이론가의 저서를 인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적 사대주의’라고 폄하한 것은 학문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권교수도 “심사위원의 평가가 ‘양’과 ‘수’로 엇갈리는 등 격차가 너무 커 평가기준의 객관성과 평가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연구실적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의도적 비판’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998년 8월 연구논문 부실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 전교수는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언급한 논문으로 괘씸죄가 적용돼 불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며 서울대총장을 상대로 교수 재임용 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었다.
한편 재판부는 이같은 감정결과에 관계없이 이날 “근거없는 재임용 거부는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대학교원이 임용기간 만료뒤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특별한 절차없이도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봐야하는 만큼 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각하이유를 밝혔다. 현재 서울대에서 ‘무학점 강의’ 중인 김 전교수는 이날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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