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한빛은행 관악지점 거액 불법대출사건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서울지검 홍석조(洪錫肇) 2차장검사는 31일 “오늘부터 조사부 소속 검사 6명 전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건 관련자 신병확보 및 1차 소환조사를 끝마쳐 사건의 큰 줄기를 잡은 만큼 속전속결로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대출비리 사건으로 보고 있다. 업자들이 전 한빛은행 관악지점장 신창섭(48·구속)씨와 짜고 허위신용장 매입 수법으로 불법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씨가 사례금과 함께 대출금 일부를 챙겼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사건의 골자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빛은행측은 ‘신씨가 6월 자신의 친지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17억원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새로운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 또 30일에는 S사 대표 민모씨가 불법 대출을 공모한 신씨에게 대출사례비로 2,1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씨는 신씨에게 1,100만원을 준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이다.
불법 대출을 받은 업자들의 장부와 은행기록을 토대로 대출금 총액도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가 101억원, 민씨가 298억원, R사 대표 이모씨가 67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민씨가 대출금 중 100억원을 박씨에게, 10억원을 이씨에게, 건설회사인 T사에 114억원을 지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억대 단위까지의 금액이 장부, 관련자 진술과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의 본질일 수 있는 ‘대출 외압설’규명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외압설의 핵심인 혜룡씨의 동생 현룡(賢龍·40·전 청와대 행정관)씨가 대출 개입은 물론 압력행사를 부인하고, 상대방인 신씨와 신씨의 전임자인 박모씨의 진술로도 현룡씨나 다른 루트를 통한 압력행사는 없었던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칫 외압설의 실체규명이 미궁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의혹에 대해 세밀히 확인작업을 하고있다”며 “사건의 확대·축소 가능성을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466억원의 사용처 및 대출동기 등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아 수사진전에 따라 이 사건은 정·관계를 강타할 핵폭탄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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