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필요한 부문만 골라 구입하는 ‘맞춤 서적’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굳이 책 한권을 사지 않아도 되고, 여러 서적에서 읽고 싶은 곳을 골라 떼어내어 따로 책을 만들 수도 있다.이는 인터넷의 세계적 보급과 전자출판 기술의 비약적 발전 때문으로, 전통적인 책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얼마전 아이유니버스(iUniverse)라는 온라인 회사와 IDG출판사가 제휴해 책 내용 가운데 꼭 필요한 부문만을 골라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올 가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을 권 단위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장(章) 절(節) 구(句) 단위로 구입할 수 있으며, 독자의 요구대로 책을 편집해 배달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에 대해 ‘도서구입 방식의 혁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국내 한 업체는 최근 이같은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전자책 판매사이트(www.wisebook.com)를 개설한 와이즈 북은 책을 여러 장으로 나눠 판매하는 분철판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면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작품집 중에서 원하는 작가의 작품만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종이 값과 물류 비용의 절감으로 기존 책의 절반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독자 입장에서야 원하는 내용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 이익이지만, 출판사는 과연 수지가 맞을 지 확신할 수가 없다.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문이지만, 기존 이론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저작들은 세상에 소개되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염려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동네 책방의 소멸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출판사는 늘어난 반면 서점수는 줄어들고 있다.
오다 가다 들러 책을 뒤적이고, 주인과 요즘 독서풍토 등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나마 남아 있는 소박한 삶의 여유조차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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