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들이 히트예감만 했었어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들이 히트예감만 했었어도…

입력
2000.09.01 00:00
0 0

타이거 우즈, 마이클 조던 등 세계적인 스타의 유니폼과 운동화에는 '나이키' 로고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천사의 날개를 본따 만들었다는 이 로고를 통해 전세계 젊은이들은 승리와 명예를 본다.중남미 공산혁명의 상징이었던 체 게바라. 쿠바 혁명을 이끌었고 1967년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다 정부군에 의해 피살된 인물이다.

그의 모습은 흔히 빨간 색 포스터로 기억된다. 검은 베레모와 덥수룩한 턱수염…. 이 체 게바라 포스터와 나이키 로고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오스트리아에서 활동중인 클레멘스 슈타틀바우어(37), 안드레아 페링거(36), 게랄트 라이슬(35) 등 3명의 저널리스트가 이 궁금증을 해결했다.

지난 해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출간된 '게임 오버'는 20세기에 발명된 각종 히트 상품과 상징 23개의 원저자와 원작자를 미스터리 기법으로 파헤쳤다.

체 게바라 사진에서부터, 접착식 메모지 '포스트 이트', 컴퓨터 게임 '테트리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까지 이들이 추적하는 대상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현대의 상징들이다.

나이키 로고는 1972년 미국의 무명 디자이너 캐롤린 데이비드슨이 제작했다. 신발 수입업체 사장이었던 남편의 부탁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날개를 모티프로 삼아 만들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캐롤린은 이 로고의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 불과 35달러를 받고 판 이 도안이 훗날 존 매켄로,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가 애용할 히트상품이 되리라는 것을.

체 게바라의 사진은 1960년 3월 4일 쿠바혁명기념식에서 무명의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가 찍었다.

체 게바라의 눈이 그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불과 30초. 하지만 이 사진은 체 게바라의 죽음 이후 6개월 동안 포스터로 무려 100만 장 이상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도 이 포스터는 책 표지사진과 티셔츠, 대형 플래카드로 제작돼 있다. 이 책은 러시아의 17세 소년 바딤 게라시모프가 만든 게임 '테트리스', 혀에 달라붙는 찻잎이 성가셨던 영국인 샌디 포울러가 고안한 1회용 차 '티백' 등의 사례도 소개한다. 이들의 원작자 찾기는 재미있기만 하다.

저자들은 '숨은 인물 찾기' 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멋진 아이디어와 상품을 내놓았으나 순간의 판단착오로 정작 성공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 사연을 집중적으로 캐낸다. 저자는 이들을 '불행한 사람들'(페히포겔 Pechvogel)이라 부른다.

체 게바라 사진을 찍은 알베르토는 이 사진의 가치를 전혀 몰랐다. 그의 회사도 이 사진을 채택하지 않았다.

이 사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진이 찍힌 7년 후 체 게바라의 상품성을 알아챈 이탈리아의 한 출판인 잔자코모 펠트리넬 덕분이었다. 잔자코모는 공짜로 이 사진을 얻었고 즉시 대성공을 거뒀다.

맥도널드 상표를 만든 모리스와 리처드 맥도널드 형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맥도널드 햄버거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만 팔릴 줄 알았던 이들 형제와는 달리, 레이먼드 크록은 이 햄버거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레이먼드는 이 상표의 소유권을 헐값에 사들였고 억만장자가 됐다.

이 책은 페히포겔들에게 바쳐진다. 비록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성공의 기회는 놓쳤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매료시킨 페히포겔들. 이들의 이해심과 긍정적 사고에서 21세기를 살아갈 맛과 지혜를 배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