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만을 믿고 239㎞를 5시간 넘게 질주하는 인간한계의 시험장인 시드니올림픽 사이클 도로경주는 랜스 암스트롱(29·미국)과 마르코 판타니(30·이탈리아)가 금메달을 다툴 전망이다.최근 3년간 세계 최고권위의 사이클일주 대회인 투르드프랑스를 나눠 가졌던 이 둘은 실력에서도, 또 병마를 이겨낸 인간승리의 상징이라는 점에서도 최고의 라이벌로 꼽을 만 하다.
홀 어머니밑에서 자란 암스트롱은 어렸을 때부터 트라이애슬론선수로 활동해 남부럽지않은 체력을 갖추고 있다. 고등학교때 사이클선수로 방향을 튼 후 실력이 급성장, 미국 사이클의 희망으로까지 불렸다.
지난 2차례 올림픽에 참가,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96년 세계랭킹 1위였을 정도로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라섰다. 하지만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그 해 생존율 50%의 고환암을 진단받았다.
이때 수술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화학요법을 선택한 암스트롱은 사이클까지 이용,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렸다. 암과 싸워 이겼던 암스트롱은 두려울 게 없었고 지난 해 믿기지않는 투혼을 발휘, 생애 첫 투르드프랑스 패권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판타니도 95년 이탈리아서 도로경주를 하던 도중 코스를 침범한 지프차에 치여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의사가 다시는 못 걷게 될 지 모른다는 진단까지 내렸지만 판타니는 목발을 짚은 채로 5개월 넘게 재활훈련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사고 후 2년뒤 투르드프랑스 4위에 올라 주목받더니 이듬 해 당당히 우승, 옐로재킷을 입었다. 그는 그 해 이탈리아대회까지 석권, 2관왕이 됐다.
최근 성적에선 판타니가 암스트롱에 밀린다. 하지만 대회 장소로 결정된 로드사이클링코스가 험준해 ‘판타니의 코스’인 것이 변수다.
지난 해 나란히 약물복용에 시달렸을 때 서로를 위로하던 시이였지만 이제는 올림픽을 앞두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나는 그를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판타니) “에티켓을 좀 더 배우고 와야겠다.”(암스트롱)
은륜의 황제자리를 놓고 벌이는 이들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치열하기만 하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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