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동화 속 여주인공의 공통점은 이들이 하나같이 수동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물론 선과 악의 대결구조에서 이들은 선을 대표하지만 항상 이들을 도와주는 지지자가 있어야 했다.
만약 신데렐라에게 구두와 마차를 준 노파가 없었다면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할 수 있었을까.
그리스 전승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설탕으로 만든 사람'(비룡소 발행)의 공주는 이 전형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립적인 여인, 강하고 도전적인 여인이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직접 자신의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드는 창조주로서 여인이다.
이 점이 바로 안데르센이나 그림 동화의 세력권에서 벗어나 있는 그리스 옛 이야기의 매력이다.
주인공은 그리스의 한 공주. 주위에 청혼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공주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공주는 그래서 스스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몬드와 설탕, 밀가루를 섞어 사람을 빚고 40일 동안 기도를 드려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만들었다.
하지만 설탕으로 만든 사람이 너무 아름답다는 소문이 나는 바람에 이를 시기한 먼 나라 여왕의 계략으로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공주는 거지분장을 하고 이 사람을 찾아 먼길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 동화는 무엇보다 모스크바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율리아 구코바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어슴프레한 색조와 종이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낸 붓의 터치, 파스텔 효과 등이 어우러진 그의 삽화는 또다른 이야기와 이미지를 빚어낸다. 기존의 디즈니 만화 풍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또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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