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건설교통부는 ‘21세기 국토이용체계 개편 방안’이라는 새로운 국토구상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현재의 도시지역은 그대로 두고 농림지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을 합쳐 보전지역으로, 준도시지역과 준농림지역을 합쳐 관리지역으로 정하고 관리지역은 다시 계획관리지구, 생산관리지구, 보전관리지구로 나누겠다고 한다.이중 도시지역은 개발, 보전지역은 보전을 위한 지역으로 그 성격이 분명하지만 관리지역은 개발을 하자는 지역인지, 보전을 하자는 지역인지 그 성격과 지정 이유가 모호하다.
더구나 국토이용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관리지역의 용도를 변경,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있다. 이때문에 주민들의 개발욕구가 강해지고 지자체가 선거 등을 의식하다보면 결국 관리지역은 보전보다 개발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현재의 준농림지역은 뚜렷한 이유가 없는 한 농림지역에 준해 개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그 명칭에 담고있다. 그런데도 준농림지의 난개발 문제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농지로서의 근본 성격을 무시한 채 토지소유자와 지자체가 도시적인 용도로 앞다투어 개발해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는 준농림지가 관리지역에 편입되더라도 개발의 여지가 있는 계획관리지구에 들어가느냐, 아니면 개발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관리지구나 보전관리지구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토지가격이 수배에서 수십배 차이가 나고 적지않은 폐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준농림지 운영상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원칙에 입각해 쓰임새에 합당한 용도를 지정, 운영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준농림지는 기본적으로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하며 개발을 위한 토지 부족분을 충당하는데 있어서도 농지보다는 구릉지를 활용해야할 것이다.
날로 잠식돼가는 농지를 지켜 후손들이 차례상을 차릴 때 최소한 쌀만이라도 민족의 혼과 문화가 담긴 우리 것을 올려야하지 않을까.
오늘날 유럽 등 선진국이 농지의 전용을 까다롭게 규제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이미 난개발의 폐해를 심각하게 체험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허유만 농어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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