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장관 임명자의 불명예 조기퇴진이 발생했다.대통령이 정부의 중요 직책에 아무나 임명하였을 리는 없다. 그러나 동일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고위직 인사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장관이 갖춰야할 자질중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신임과 전문성 그리고 도덕성이다. 대통령의 신임은 장관이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명의 필수적 조건이다.
전문성은 정책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문관료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하다. 도덕성은 정부가 사회적 규범을 제시하고 집단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책임자가 갖춰야할 요소 즉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성이 ‘안배’라는 정치적 요소에 밀리는 경우가 잦고 도덕성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관에 대한 잘못된 인사는 그 폐해가 크다. 우선 국정의 수행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온다. 장관에 발탁된 인물이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은 국민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된다. 비난의 대상이 된 장관도 권위에 상처를 받기 때문에 소신있는 국정수행을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급히 장관을 교체하면 조각(組閣) 혹은 개각(改閣) 때문에 지체됐던 정책 현안들이 더 지체되거나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능력, 더 나아가 대통령의 능력까지 의심받게 된다. 전직 대통령들이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표현으로 그 무능력이 부각되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장관 인사에 있어서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것은 장관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위직 인사에는 흔히 비선조직의 활용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이는 결국 체계적 검증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전에 장관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 두 가지는 반드시 실현돼야 하겠다. 첫째는 국가기관에 의한 책임있는 자료의 수집이다.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고위직 인사 내정자에 관한 자료가 수집돼 활용되듯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를 임명함에 있어 책임있는 기관을 통해 그에 대한 신상을 제도적으로 철처히 파악해야 한다.
이는 자칫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지만 국민의 생활을 좌우하는 공인의 지위는 이미 개인적 이해관계 이상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이다. 인사청문회를 대통령 인사권의 견제로 파악하는 시각이 있는데 오히려 대통령을 도와주는 절차로 이해할 수도 있다.
국회는 고위 인사의 검증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부담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전에 철저히 검증된 사람을 임명하려고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물은 대통령의 신임과 국회의 인정이라는 든든한 정치적 기반 위에서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잘못된 인사로 인해 발생하는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장관의 장기적 임무수행이 가능해짐으로써 국정의 안정도 기할 수 있다.
인사는 만사(萬事)가 돼야지 망사(亡事)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오성호 상명대 경상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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