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에 ‘반도체 착시(錯視)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반적 경기지표는 순항하고 있지만, 사실은 반도체만의 독주(獨走)일 뿐 대부분 산업은 퇴행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이처럼 경제가 반도체에 과잉 의존함에 따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 및 업종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의 불균형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중 전 산업생산 증가율은 19.3%를 기록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3대 업종(빅3)’을 빼면 생산증가율은 고작 7.2%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은 7월 생산이 6월(17.3%) 보다 높아진 점 등을 들어 “한때 위축조짐을 보였던 실물경기가 다시 힘찬 회복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생산증가율은 6월 9.5%→7월 9.3%, 3대 업종 제외시엔 7.8%→7.2%로 되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반도체 및 3~4개 주력업종 이외의 나머지 실물경기는 전체 지표와는 달리 뚜렷한 하강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역시 1~7월 전체 실적은 25.1%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빼면 23.4%, 3대 업종을 제외하면 19.4%에 불과하다. 반도체 및 몇몇 주력업종과 대다수 업종간에 극심한 경기양극화가 빚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주력_비주력’ ‘지표경기_체감경기’간 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과잉의존은 ‘대안산업’부재를 야기, 반도체 경기의 등락에 따라 국민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96년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외의 ‘후보산업’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국제반도체 가격급락으로 반도체 수출이 얼어붙자 결국 20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환란(換亂)까지 맞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현 산업구조를 ‘스타에만 의존하는 팀’에 비유하면서 정부나 업계가 반도체 착시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산업위기, 나아가 경제위기를 또다시 맞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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