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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봐야 아는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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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봐야 아는 회담"

입력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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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회담이 있습니까?”“평양에 가봐야 압니다.”

29~31일 평양에서 열리는 2차 장관급회담 우리측 대표단을 환송하러 나온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북측 대표들이 1차회담 때와 동일한 인물이냐”는 물음에 역시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같은 일은 북측과의 회담에서는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번 회담의 장소와 남측 대표단 숙소도 평양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인 28일 밤에야 북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항공편으로 방북할지, 육로를 이용할 지 여부도 출발 전날 밤 8시가 넘어 결정됐다.“해도 너무 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런 일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1차 장관급회담 때도 북측은 회담 개최 이틀 전에 갑자기“하루 연기”를 통보해 왔다. 베이징(北京)을 경유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그러나 회담은 예정대로 열렸다.

북측의 이같은 태도가 상대방의 기를 꺾기 위한 나름대로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인지, 과거의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이같은 행태가 북측의 이미지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북측은 6월 남북 정상회담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아무리 변하려 해도 이같은 불투명한 자세를 고치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쌓는 데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사전에 일정이 확정돼야 서로가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회담의 일정과 장소조차“가봐야 아는 회담”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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