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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 먹던 치매 노인이 그림을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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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 먹던 치매 노인이 그림을 그렸어요"

입력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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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크레용을 씹어먹던 노인이 몇 달만 지나면 멋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됩니다."30일~9월7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미술관에서 치매 노인들과 함께 전시회를 갖는 서양화가 신현옥(48)씨는 "처음엔 문고리를 잡고 방을 나가려고만 하던 할머니들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림을 그리면 떠들지도 않고 옷에 실례도 하지 않는등 서너달만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배회 증상도 없어진다"며 그림그리기가 치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신씨는 1994년 서울 송파노인복지관의 치매노인대상 그림강좌에서 강사로 자원봉사하기 시작해 7년째 이일을 하고 있다. 3년전부터는 남부노인종합복지관에서 1주에 한번씩 10~15명의 치매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복지관의 치매 노인 그림 20점과 신시 그림 10점 등 30점을 전시한다. 올 2월 처음 치매 노인그림 25점을 서울 YWCA 로비에서 전시했으나 이번 전시회는 번듯한 미술관 에서 가지는 제대로 된 행사라 가슴이 벅차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신씨는 "몸은 힘들지만 봉사의 맛에 빠지면 세상사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처음 그림을 배우면서 검은색 크레용을 먹던 67세된 김할머니가 6개월만에 돌 나비 채송화를 기억해 그리게 된 것을 최근 가장 기뻤던 일로 신씨는 꼽았다.

이번 전시회는 그 뜻을 좋게 생각한 동안구청이 미술관을 무료로 대여해주었으나 도록 액자 비용등은 함께 치매 노인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 모임인 6명의 현유도회 회원들이 댔다.

신씨는 "치매 노인들의 그림에는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순수함이 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고 자랑했다.중앙대 미대 출신인 신씨는 1997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세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충남도전 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한국미술치료학회 국제 학술대회에서는 토론자로 참가해 7년간 해온 치매노인 미술치료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씨는 "그림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아도 치매 노인에게 그림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며 40~50대 여성의 자원봉사를 적극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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