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기금이 도입된 이후 40년만에 처음으로 운용 실태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그 결과는 ‘역시나’였다.대부분 기금이 초단기로 자산을 운용하거나 특정 금융기관에 전 자산을 몰아줘 저조한 수익률과 높은 위험을 자초하는가 하면 숙박업 등과 같은 수익성도 낮고 공공적인 성격도 없는 사업에 투자, 기금 재정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준조세 성격의 국민 자산이 이들 기금에는 주인 없는 ‘눈먼 돈’이었던 셈이다. 복권과 같은 사행성에 의존한 재원 조달 비중도 높아 국민 복지 향상이라는 기금 취지와도 거리가 멀었다.
특히 이번 평가 결과는 단 한번도 검증을 받지 않았던 지난 40년간 기금운용이 얼마나 ‘제멋대로’였을지도 보여주고 있다.
■주먹구구식 자산운용
대부분 기금의 자산운용 방식은 ‘왕초보 재테크’의 백화점이었다. 전문 운용인력은 물론, 목표 수익률도 자산운용 지침도 없었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은 100% 통안증권에만 투자한다고 못박았고, 고용보험기금은 자산의 60%는 은행에, 40%는 제2금융권에 맡긴다고 정해 놓았다.
금융시장 여건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은 찾아볼 수 없고, 주식 채권 등에 대한 직접 투자 또한 극히 제한적이었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특정 금융기관에 모든 자산을 전액 예치하는 소위 ‘몰빵’식으로 자산을 운용, 수익률 제고나 위험 관리는 아예 운용원칙에서 고려되지 않은 기금도 많았다. 농안기금과 종자기금은 농협에, 축산발전기금은 축협에 100% 예치했고 정보화촉진기금은 전액 우체국에 몰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 2~3년을 두고 중장기로 투자, 100%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는 미국 연기금과 달리 국내 기금들은 상당 자산을 단기로 굴려 ‘먹을 것도 적고, 잃을 것도 적은’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투자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류기금은 여유자금의 81%를 은행의 단기 정기예금으로 운용하고 있고 임금채권보장기금은 2,700억원의 여윳돈을 증권사의 단기 수익증권으로 운용했다.
이밖에 신용보증기금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 국민투자기금 등도 단기 투자의 대표적 사례이다. 물론 국민연금기금은 펀드매니저 22명, 박사 인력 18명을 고용, 지난해 수익률 24.5%(주식 137.3%)를 올렸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수익성 낮은 사업, 사행성 재원조달
기금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호텔, 호화 헬스클럽 등을 운영하며 기금 재정 손실만 초래한 경우도 많았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이 오색그린야드호텔을, 근로복지진흥기금이 헬스클럽을, 군인복지기금은 7개의 휴양소를 운영중이다.
복지사업이라면 당연히 해야겠지만 공공적인 성격이 전혀 없는 숙박업이나 수익성이 극히 낮은데도 억지로 꾸려나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구매하는 복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의 기술개발복권, 근로복지진흥기금의 복지복권,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월드컵복권과 체육복권 등 5개 기금이 6종의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기금 재원을 결국 수혜의 대상인 저소득층에 더 부담시킨다는 지적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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