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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견가수들 'TV출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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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견가수들 'TV출연 경쟁'

입력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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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출연시켜 주세요. 그 가수라고 이 프로그램에 나가지 말란 법 있습니까?”최근 음반을 낸 한 발라드가수의 매니저. 발매 20일만에 10만장을 팔았다고 하면서도 방송국 순위프로그램 출연을 간곡히 부탁하고 있었다.

가창력 뿐 아니라 앨범 전곡을 작사작곡할 정도로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춘 이 가수는,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본인이 방송출연을 적극적으로 고사했다.

또 어쩌다 출연만 하면 눈에 띄게 표정이 굳을 정도로 TV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에는 ‘10대 댄스가수가 립싱크나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순위프로그램을 백안시하던 중견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래와는 상관없는 각종 토크쇼에도 앞다퉈 출연하고 있다.

두달 전 김현철 윤상 이현우 윤종신이 SBS‘김혜수 플러스 유’에 ‘노총각 4인방’으로 묶여 나오더니 최근에는 ‘기분좋은 밤’(SBS) 의 ‘결혼할까요’코너에 구혼남으로 차례로 나왔다.

KBS ‘서세원 쇼’‘야한밤에’등 토크쇼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방송출연에 집착하는 것은 불안감 때문이다. “음반업계 전체가 지독한 불황인데다 시장구조도 10대 위주인데, 라이브와 콘서트만 하게 되면 대중에게는 ‘옛날 가수’로 묻히게 된다.”한 매니저의 말이다.

인터넷 때문에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장 장악력이 떨어진 것도 TV에 매달리는 이유다.

이전처럼 ‘오디오 가수’‘비디오 가수’라는 이분법도 무너진 지 오래다.

게다가 방송 3사에 음악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방송출연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MBC는 ‘생방송 음악캠프’‘가요콘서트’, SBS는‘SBS인기가요’가 전부이고 KBS의 경우 ‘이소라의 프로포즈’같은 2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음악프로그램이 있는 정도이다.

그 때문에 ‘토크쇼고 순위프로그램이고 섭외가 되는 대로 출연한다’는 게 이들의 처지다.

현재 PD들이‘가수들이 없으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어린 가수의 노래와 상관없는 방송출연은 보편화하고 있다.

MBC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 가수 god의 영향 때문인지, 신인가수를 내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을 확보하는 게 매니저들의 주 업무가 되어 있다.

그 바람에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중견 가수들도 함께 빨려들어가고 있다.

“서태지나 이승환처럼 마케팅 능력까지 갖추지 않으면 더 이상 노래와 음악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한 음반사 대표의 말이 현재의 척박한 가요계 상황을 말해 준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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