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대 유망사업은?” “땡처리 벌처펀드(Vulture Fund·부도회사 정리 기금).”요즘 테헤란 밸리에서 번지고 있는 자조섞인 농담이다. 코리아밸류에셋 전영재 사장은 “업계에서는 9월말까지 벤처기업의 30%가 도산하며, 이 경우 벤처기업이 헐값에 내놓을 값비싼 인터넷 장비를 ‘땡처리’로 구매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9월 위기설’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지난해 대규모 펀딩(Funding·자본조달)으로 확보한 자금이 8월말을 전후로 바닥을 드러내고, 추가 펀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석 자금수요가 벤처기업에 결정타를 날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지난 7월24일 문 닫은 알짜마트를 ‘9월 위기설’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벤처업계가 ‘몰락의 벼랑’으로 내 몰리고 있다. 벤처업계, 더욱 정확히 말하면 ‘닷컴 기업’의 형국은 ‘진퇴양난’이다.
우선 외부적으로 ‘닷컴 기업’은 수익모델 불투명과 코스닥 폭락으로 돈줄이 완전히 말라 버렸다. 한때 10~20배 넘게 할증 발행되던 주식은 이제 액면가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인터넷 장비, 바이오 등 극소수 벤처만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내부적으로도 ‘대박의 꿈(스톡옵션)’을 공유했던 직원들이 벤처정신을 포기하면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YTC텔레콤 지우룡 기획실장은 “우리 회사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자금위기에 몰린 대부분의 벤처에서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포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집단 이직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직까지는 벤처위기가 ‘닷컴 수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코스닥 장기 침체와 맞물릴 경우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M창업투자의 한 관계자는 “10월부터는 지난해 닷컴기업들이 무더기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만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면 CB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무더기 현금상환 요구가 이어질 것이며, 이 경우 위기에서 비켜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 닷컴기업도 위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분석가들은 “정부가 벤처위기를 ‘초동 진화’할 의지가 있다면 ‘무자격 벤처’를 솎아내고 코스닥 시장의 수요기반을 넓히는 대책을 9월초 이전에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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