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정확히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의 신세대 노래 문화는 소비 패턴의 한 줄기에 불과했다.서태지를 통해 비로소 신세대 문화에 많은 ‘분석’이 가해졌다. 문화비평가들은 서태지 인기와 그들의 존재 방식에 대해 많은 이론을 만들어 냈다.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종적을 감추었던 서태지가 29일 돌아온다. 4년 7개월만이다.
이제 그는 ‘신화’ 가 아닌 ‘컴백 가수’ 다. 서태지 기념사업회 등 팬클럽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일반 팬의 성원도 나날이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서태지는 이미 지난 98년 ‘테이크’ 연작이 들어 있는 솔로1집으로 한차례 ‘컴백’했었다. 그러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의 음악은 주류 음악에 편입되지 못했다.
서태지 컴백을 지지하는 평론가들조차 그 음반이 “습작 수준이었다”고 평가한다. 90만장이 팔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판매량과 상관없이 첫 솔로앨범은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웠다.
활발한 방송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서태지의 실질적 컴백은 우리 가요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방송에서부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9월9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MBC로부터 2억9,000만원의 제작지원을 받아 컴백쇼를 갖는 것부터 서태지가 더 이상 ‘은둔자’ 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랩 메탈이나 하드 코어 같은 다소 난해한 음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송에 적합한 대중성 있는 한 두 곡을 끼워넣는 원숙함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론가 임진모씨는 “서태지의 음반 판매량이 H.O.T나 조성모의 판매량을 추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완성도는 그 어느 가수와도 견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는 “서태지의 컴백은 기획자 중심이 아닌 아티스트 중심의 가요계로의 재편 가능성을 예고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SM기획, GM기획, DMS기획, 예당음향 등 기획자 중심의 가수들이 양산되면서 우리 가요계는 ‘음악성이 아니라 기획이 관건’이라는 새로운 법칙이 생겨났다.
‘노련한’ 서태지는 제작자나 방송 등 매체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가수 역학을 뒤엎어놓은 가수이다.
여기에 유통권만을 30억원에 이전하고 제작을 겸하게 되는 서태지의 전략은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낼 기반은 물론, 신인 가수의 생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서태지가 왜곡된 가요계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만만찮다.
평론가 송기철씨는 “서태지가 밴드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고 나와도 방송 등에서는 서태지를 잡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태지만의 예외”라고 진단한다. 서태지가 밴드 음악을 시도한다고 다른 밴드들의 방송진출이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서태지 컴백의 성패는 ‘난 알아요’ ‘하여가’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노래의 발표 여부에 달린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성패와는 별개로 우리 가요계의 체질변화를 이끌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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